민·형사 소송에 기업 이미지까지…승자만 생존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 보톡스(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에 대해 조사 중인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올해 안으로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ITC의 예비 결정이 올 6월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보톡스 잔혹사가 끝날지 관심이 집중된다.
그동안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 보톡스 균주를 도용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와 다른 균주라고 맞서왔기 때문에 ITC 결정에 업계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균주 소송이 5년간 이어진 만큼 어떤 결론이 나든 패소하는 쪽은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한 반면 승자는 해외 진출권을 얻게 된다.
◆6월6일 ITC 예비결정… ‘소송 윤곽’
관련업계에 따르면 ITC가 담당하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균주소송은 ▲2월 재판 ▲6월 예비결정 ▲10월 최종결정 등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ITC는 구체적인 날짜를 6월5일(미국 동부시간)로 예고했다.
미국에서 ITC 특허분쟁이 벌어지는 것은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이목이 집중된다. 미국 ITC 특허분쟁은 일반 소송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가장 주목되는 점은 ‘스탭 변호사’(Staff Attorney)다. 스탭 변호사는 원고나 피고가 아닌 재판부가 별도 지정한 제3의 당사자로 현 사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 스탭 변호사는 양사가 논의를 공정하게 진행하는지 등을 살피고 제3자로서 독자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일종의 배심원 역할도 한다.
스탭 변호사는 특허 침해‧비침해 여부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행정판사에게 전달한다. 판사는 스탭 변호사의 의견을 반드시 수용할 의무는 없으나 결정을 내리는 데 참고한다.
6월 예비판정이 양사에게 송달된 후 10월 최종판결이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예비판정과 같은 결과가 나오지만 정반대의 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 예비판정은 행정판사가, 최종결정은 위원회가 각각 내린다.
물론 최종결정 후 불복 절차도 있다. 60일 이내에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에 항소할 수 있다. 단 항소를 받아들일지 말지는 CAFC가 결정한다. 최종 결과에 대해 거부권이 있지만 실제로 행사한 경우는 미국 역사상 6회 뿐이므로 6월에 있을 예비판정이 가장 핵심이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소송비용은 예비판정 전까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ITC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이미 이 소송에는 수백억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어떤 결정이 나든 패소하는 쪽은 기업이미지 하락과 막대한 손실금을 배상해야 한다. 이번 소송결과에 따라 향후 진행될 민사소송은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양사 체력방전… 주주만 눈물
소송이 소모전으로 치닫자 양사도 지칠 만큼 지쳤다. 보톡스 균주 소송도 버거운데 다른 악재가 겹치면서 이들의 맷집이 약해졌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나관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디톡스가 경쟁사와의 보톡스 균주 소송비용으로 45억원을 추정했으나 실제로는 78억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지난해 3‧4분기 영업이익도 하락했다”고 말했다. 또 메디톡스의 보톡스 ‘메디톡신’관련, 품질 안전성 등의 이유로 유통기한을 36개월에서 24개월로 단축하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결정도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대웅제약이 받은 충격도 크다. 신재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웅제약은 보톡스 ‘나보타’ 소송비용과 위장약 ‘알비스’ 회수관련 비용으로 실적이 부진했다”며 “대웅제약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 28억원으로 전년대비 65.2% 감소했다. 나보타 소송비용과 알비스 이슈는 4분기 실적에도 영향을 줄 것”고 분석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도 “대웅제약은 올해 나보타 소송 비용 약 240억원, 해외법인 구조조정 약 70~80억원, 알비스 회수 비용 약 100억원 등 약 400억원에 해당하는 여러 악재로 아쉬움을 남겼다”고 덧붙였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소송 장기화에 애꿎은 주주들만 피가 끓고 있다. 다툴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법적 공방이 일어나고 있는 셈인데 이 과정에서 회사 실적이 급감하자 주주의 한숨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통상적으로 분기마다 80억~16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둔 점을 고려하면 늘어난 소송비용이 실적 하락의 방아쇠를 당긴 셈이다.
경영능률과 배당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기본주당이익도 하락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웅제약의 기본 주당이익은 31원, 메디톡스는 78원 손실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법적 분쟁이 없는 휴젤의 기본주당이익이 1626원인 점을 고려하면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주주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보톡스 균주 논란은 양사 간 불통과 고집이 만들어낸 것”이라며 “대웅제약의 경우 대표 품목이 다양하지만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 달리 대표 품목이 적어 소송에 패할 시 존폐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7호(2020년 1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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