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로스 앤젤레스 할리우드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와 봉준호 감독./사진=로이터.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하면서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와 '기생충'의 투자·배급을 맡은 CJ ENM 등 관련주가 증권시장에서 재차 주목받고 있다. 이 가운데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 자회사인 바른손 주가의 상승폭이 커 관심이 쏠린다. 지난 2012년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1만5000원선까지 급등한 뒤 폭락한 사례가 있어 우려도 공존한다. 이들 '기생충' 관련사들은 지난해 영업이익과 매출 등 실적이 부진한 모습을 보여 투자에 신중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을 계기로 영화, 드라마 등 한국콘텐츠가 세계시장에서 더욱 탄력을 받아 콘텐츠 제작사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바른손이앤에이·CJ ENM 등 급등… 실적은 주의
지난 13일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5.42포인트(0.24%) 내린 2232.96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전거래일 대비 1.02포인트(0.15%) 오른 687.61을 기록했다. 이날 바른손이앤에이는 전 거래일보다 29.88%(1140원) 오른 495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2거래일 연속 상한가다. 바른손이앤에이의 주가는 최근 4일 동안 2.5배로 상승했다. 지난 13일 바른손은 전 거래일 대비 29.88%(1325원) 오른 576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기생충이 아카데이 4관왕에 오른 지난 10일 이후 4거래일 연속 상한가다. 주가는 4일 만에 3배 가까이 상승했다.
영화 '기생충' 관련주 추이/사진=머니S
'기생충'의 투자·배급 등을 맡은 CJ ENM 역시 호재를 누리고 있다. 지난 13일 CJ ENM은 전 거래일 대비 8.65%(1만3100원) 오른 16만4500원에 마감했다. 같은날‘기생충’에 12억 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벤처캐피털사 컴퍼니케이(29.54%)도 강세 속에 장을 마감했다. 반면에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짜파구리' 주재료인 짜파게티와 너구리 제조사 농심은 -0.19%(500원) 내린 25만7500원으로 하락마감하면서 조정을 받고 있다. 지난 3거래일간 농심은 주가가 10% 넘게 오른 바 있다. 영화를 본 해외 관객들이 짜파구리를 구매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모두 농심이 생산하는 라면이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트위터에 짜파구리 인증사진을 올리며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을 축하하기도 했다. 농심은 화제가 된 짜파구리 조리법을 11개 언어로 소개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등 적극 홍보에 나서고 있다.
영화 '기생충' 관련주 가운데 바른손은 바른손이앤에이가 최대주주다. 바른손이앤에이는 게임 개발 및 영화 제작을 맡고 있는 엔터주다. 바른손이앤에이가 보유하고 있는 바른손 지분은 32.4%다. 바른손이 가진 바른손이앤에이 주식은 2% 미만이다. 바른손이앤에이의 최대주주는 문양권 대표이사로, 그는 바른손에서는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문 이사가 보유한 바른손이앤에이 주식 지분은 26.92%다.
바른손은 지난 2012년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요동쳤던 종목이다. 바른손 법률고문이 과거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일한 법무법인 부산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거론됐다. 바른손은 당시 문재인 후보자와 사업성에 어떤 관계도 없다는 해명까지 했다. 이에 바른손은 지난 2011년 12월 1200원대였던 주가가 2012년 2월 들어 8배 가까이 올랐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선고에 앞서 주가가 1만5000원까지 급등해 정적VI(변동성완화장치)가 발동되기도 했다.
여기에 바른손이앤에이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바른손이앤에이의 지난해 연결 영업손실은 183억9000만원이다. 당기순손실은 248억1500만원에 달한다. 바른손이앤에이의 지난해 실적 부진은 '기생충' 제작이 완료된 데 따른다.'기생충'의 매출은 바른손이앤에이 2018년 매출에 잡히면서 지난해 매출에선 제외됐다. 이에 바른손이앤에이의 매출은 지난 2018년 119억300만원이었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은 33억 4300만원에 그쳤다.
CJ ENM도 '기생충' 효과를 계속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해 3분기 대외 불확실성에 광고시장이 부진했고, 프로듀스 시리즈의 조작 파문 등 악조건으로 실적이 빛을 보지 못했다. 여기에 CJ ENM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1조1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27억원으로 38% 줄었다. 황성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기생충'이 해외 수상으로 작품의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미 지난해 개봉한 영화라 관객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제작·배급사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질 수는 있지만 이를 금액으로 따지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다만 CJ ENM은 지난해 연간 매출 3조7897억 원, 영업이익 2694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5%, 9.5% 늘어난 수치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생충의 해외 수출이 지난해 3분기부터 지속돼온 만큼, 기생충 관련 실적 상승은 크지 않다”면서 “다만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에 유효하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증명된 만큼,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의 글로벌 제작사로의 재평가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 기생충 효과, 한국콘텐츠 제작사 수혜 기대 '쑥'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을 계기로 한국콘텐츠 제작사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상웅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K콘텐츠'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성장한 'K팝',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통해 세계로 뻗어가는 'K드라마'가 성장의 주축이었다"며 "이번 수상으로 세계 최대 영화시장인 미국에서 'K영화'의 성공 가능성이 확인되며 'K콘텐츠'의 저변이 또 한번 확장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세를 확장해 나가는 한국콘텐츠의 성장 모멘텀은 무궁무진하다"며 "국내 콘텐츠 관련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기생충'이 흥행 '역주행'을 이어가면 수익이 극대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오태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생충'의 국내 수익은 215억원 수준, 해외 수익은 15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며 "다만 현재 박스오피스 매출의 추가 증가가 예상돼 광고홍보(P&A), 마케팅 비용 등 고정비로 인한 이익 레버리지(지렛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CJ ENM의 투자 지분을 20% 수준으로 가정하면 70억원 이상의 수익이 2년에 걸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해외 관객 증가와 케이블·OTT 판매 등 부가 수익에 따라 그 규모가 증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