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발표한 '해외투자와 투자소득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에서 벌어들인 투자소득이 늘어나더라도 수익이 현지에 재투자될 경우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사진은 지난 14일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되는 모습. /사진=뉴스1
해외에서 벌어들인 투자소득이 늘어나더라도 수익이 국내로 환류되지 않고 현지에 재투자될 경우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해외투자 확대가 달러 수요를 늘리는 가운데 투자소득의 상당 부분이 해외에 유보되면 외환시장으로 유입되는 달러 공급 효과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일본처럼 본원소득수지 흑자가 확대돼도 해외 수익의 국내 환류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원화 약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며 이른바 '일본식 경로'를 경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해외투자와 투자소득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투자 확대는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는 반면 투자소득 증가는 환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베이지안 벡터자기회귀(LBVAR) 모형을 활용한 분석 결과 해외투자가 평균 수준보다 약 3% 증가하면 원/달러 환율은 0.7%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투자소득이 평균보다 약 8% 늘어나면 환율은 0.4%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이러한 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약화돼 1년 뒤에는 대부분 소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국내로 들어오지 않고 현지에 재투자되는 경우다. 보고서는 재투자 비중이 1%포인트 높아질 경우 원/달러 환율이 약 0.4%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해외에서 발생한 이익이 배당이나 송금 형태로 환류되지 않으면 투자소득 증가에 따른 외환 공급 효과가 제한되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시나리오 분석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해외투자 확대와 재투자 비중 상승은 기본 전망 대비 환율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 반면 투자소득 증가는 환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특히 해외에서 발생한 수익이 현지에 유보·재투자될 경우 원/달러 환율이 기본 경로를 웃도는 흐름을 보였다.

한은은 우리 경제가 상품수지 흑자 중심 구조에서 투자소득 비중이 커지는 전환기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해외자산 축적과 함께 투자소득의 중요성이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투자소득 확대를 곧바로 외환수급 개선이나 환율 안정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투자소득이 흑자로 집계되더라도 실제 달러가 국내 외환시장으로 유입되는 규모와는 괴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사례는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꼽혔다. 일본은 상품수지가 적자로 전환된 이후에도 본원소득수지 흑자에 힘입어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해외 수익의 상당 부분이 현지에 유보·재투자되면서 실제 외환 공급 확대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그 결과 엔화 약세 압력이 장기간 지속됐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역시 생산성 둔화와 고령화가 이어질 경우 기업들의 해외투자 유인이 지속되면서 일본과 유사한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한은은 앞으로는 투자소득 규모뿐 아니라 실제 국내로 얼마나 환류되는지를 중심으로 외환수급 점검 체계를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해외 자회사 배당의 국내 송금을 촉진하고 기관투자자의 안정적인 환헤지를 유도하는 한편 국내 생산성과 투자수익률을 높여 해외투자 확대의 구조적 유인을 완화해야 중장기적인 환율 안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