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두렵다. 아니 사람과의 만남이 두렵다. 코로나19가 촉발한 극도의 공포심이 사회를 짓누른다. 순식간에 확산하는 전염병은 일상을 급속도로 바꿔 놨다. 당장 출·퇴근 시간이 달라지고 집에서 일처리를 하는 직장인도 늘었다. 소비 대부분도 온라인쇼핑 등 비대면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비대면·비접촉이 가져온 일상의 변화는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또 다른 시대의 예고편이기도 하다. 소위 ‘언택트(untact) 사회’의 도래다. (편집자주)
[MoneyS Report] ① "마트 대신 온라인쇼핑 해요"
#2. 신종 바이러스, 비말 감염, 특정 지역의 확산세, 급속도로 빠른 전파 속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영화 속 모습과 닮았다. 하지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시민들은 대형마트 대신 온라인쇼핑몰에 몰렸다. 쇼핑뿐 아니라 외식, 주유, 금융업무까지 집에서 쉽게 해결한다. 2013년 영화가 짐작하지 못한 2020년의 풍경, 바로 ‘언택트’(비대면)시대다.
언택트는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을 뜻하는 ‘언’(Un)을 결합한 단어로 사람과 접촉 없이 비대면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거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언택트는 몇년 전부터 새로운 소비트렌드로 주목받았으나 실제 소비는 디지털기기에 익숙한 젊은층에 국한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 소비가 급부상했다. 감염을 우려해 마트나 백화점에 가는 대신 온라인에서 쇼핑하고, 외식 대신 배달음식이나 가정간편식(HMR)을 주문하는 소비 패턴이 일상 전반으로 확대되면서다. 심지어 마트 핵심 고객이던 중장년층마저 온라인 쇼핑에 합류하면서 언택트가 주류 소비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코로나19 공포에 5060도 ‘언택트’
코로나19가 소비 지형도를 바꿨다. 소비자들이 점원이나 다른 손님들과 대면하지 않고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언택트 소비를 선호하면서 온라인 쇼핑몰의 거래액이 급증했다. SSG닷컴에서는 최근 한달간 새벽배송을 포함한 ‘쓱배송’ 주문이 지난해보다 20% 늘었다.
특히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된 지난달 19일부터 23일까지 매출은 전주 대비 45% 증가했다. 식품 전체 매출이 87% 급증했고 통조림 268%, 쌀 187%, 라면 175%, 생수 116% 등이 폭증했다. 당시 집에 머무는 자가격리자가 늘고 지역 폐쇄 루머까지 돌면서 시민들이 생필품을 ‘사재기’한 결과다.
집에서 머무르려는 심리는 배달앱 이용 패턴에서도 나타난다.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지난달 1~23일 주문 건수는 전월동기대비 12% 증가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반면 외식은 줄면서 외식업 고객 수는 3분의1이 줄었다.
가장 큰 특징은 언택트가 5060세대까지 보편화됐다는 점이다. 11번가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난 1월28일부터 지난달6일까지 40대 이상 고객의 모바일 쇼핑이 크게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20대 27% ▲30대 38% ▲40대 58% ▲50대 68% ▲60대 48% 등으로 젊은층에 비해 중장년층의 언택트 소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애 첫 온라인 구매를 하는 중장년층도 늘었다.
◆택배·배달음식도 ‘비대면 배송’
코로나19 사태가 한달 넘게 이어지면서 언택트 소비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단순히 온라인에서 위생용품이나 생필품을 구매하는 수준을 넘어 집으로 배송·배달되는 제품도 비대면으로 받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배송 직원과의 잠깐의 접촉마저 줄이려는 시도다.
특히 제품 특성상 대면 전달 비중이 높은 배달업계에서 언택트가 부쩍 늘었다. 배달앱 요기요에 따르면 배달 요청 사항에 ‘집 앞에 두고 갈 것’을 요구한 주문자 비중은 1월 대비 2월에 8% 증가했다.
배송 직원 역시 언택트를 선호한다. 배달기사(라이더)로 구성된 단체인 라이더유니온은 지난달 25일 입장문을 내고 “모든 라이더가 고객과 비대면을 통해 배달할 수 있도록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배달업계에 촉구했다.
이에 배달앱업체들도 언택트 서비스를 확대하는 추세다. 배달의민족은 앱 최상단에 ‘전국민 안심배달 수칙’을 게재해 라이더와 대면 거래하지 않고 앱에서 바로 결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한 주문 요청사항 기재 공간에는 ‘집 앞에 두고 벨을 눌러 주세요’ 문구를 예시글로 입력해 고객의 비대면 주문을 돕고 있다.
요기요 역시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앱 내 ‘안전배달’ 기능을 추가했다. 주문 요청 사항에서 안전배달 체크박스를 클릭하면 ‘문 앞에 놓고 전화주세요’라는 비대면 배달 기능을 자동 설정할 수 있다.
쿠팡도 코로나19 확산로 인한 고객들의 불안감 해소에 나섰다. 지난달 23일부터 모든 주문 물량을 비대면 배송하기로 한 것. 택배업체인 CJ대한통운도 최근 들어 택배를 문 앞이나 택배함에 두고 가는 비대면 배송 방식으로 전환했다.
◆언택트, 주류 소비트렌드 될까
유통업계에서는 코로나19가 언택트 소비 확산의 촉매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온라인·모바일 쇼핑으로 옮겨간 소비트렌드가 다시 오프라인으로 돌아오진 않을 거란 전망이다.
실제로 전염병이 유통시장 판도를 바꾼 사례가 적지 않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는 알리바바의 타오바오와 징둥 등 중국 이커머스업체들이 성장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는 쿠팡을 비롯한 국내 원조 소셜커머스업체들이 영향력을 확대했다. 당시 쿠팡의 매출은 1년 새 3485억원에서 1조133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미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언택트 영역 확대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이달 말부터 온라인 주문 상품을 90분 이내에 보내주는 ‘바로배송’ 서비스를 시작한다. 홈플러스는 최근 온라인몰 무료배송 기준을 하향 조정해 소비자들의 부담을 낮췄다. 편의점업계도 먹거리 배달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며 언택트 소비를 퍼뜨리고 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중장년층도 어쩔 수 없이 언택트 소비를 경험하게 됐다”며 “생각보다 쉽고 간편하기 때문에 언택트 소비가 더욱 강화되고 결국 주류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5호(2020년 3월10~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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