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오는 8월 13일 오전 9시를 끝으로 크아 서비스를 종료한다. 2001년 출시된 크아는 물풍선으로 상대를 가두고 터뜨리는 방식의 대전 게임으로 '다오', '배찌' 등 친숙한 캐릭터를 앞세워 2000년대 초반 PC방 열풍을 이끌었다. 메이플스토리보다 먼저 넥슨의 대중적 이미지를 형성한 대표 IP이자 지금의 넥슨을 일궈낸 개국공신으로 평가받는다.
크아는 단순한 장수 게임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수익 규모와 별개로 지난 25년 동안 넥슨의 얼굴로 여겨졌고 넥슨이 캐주얼 게임 명가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넥슨 '크레이지 파크' 세계관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크아 캐릭터들이 IP를 확장하면서 하나의 세계관을 구성했지만 후속작에 이어 원조인 크아까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와 후속작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도 이미 문을 닫았다. 2009년 출시된 슈팅 게임 '버블파이터' 역시 오는 24일 서비스를 종료한다. 크레이지 파크 IP 가운데 사실상 명맥을 유지하는 작품은 모바일 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정도다.
이는 넥슨 수장으로 취임한 패트릭 쇠더룬드의 결단이다. 그는 넥슨 '아크 레이더스'를 개발한 엠바크 스튜디오의 창업자로서 올해 2월 넥슨그룹의 회장이 됐다. 쇠더룬드 회장은 지난 3월 자본시장 브리핑에서 수익에 기여하지 못하는 프로젝트는 과감히 정리하겠다고 밝히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공식화했다. 과거에는 이용자와 함께 성장한 IP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고려했다면 최근에는 수익성을 기준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데 무게를 둔다.
일각에서는 넥슨이 당장 수익성 압박에 직면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드러낸다. 넥슨은 지난해 매출 4조5072억원, 영업이익 1조1765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6% 증가했고 연말 기준 현금성 자산만 7조6775억원이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1조4201억원, 영업이익 5426억원을 올리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냈다.
크아의 퇴장을 단순한 경영 효율화 차원을 넘어 넥슨의 정체성 변화로 바라보는 시각도 많다. 생전 김 창업주는 게임을 단순한 수익 창출 수단이 아닌 문화 콘텐츠로 인식하며 이용자와 함께 역사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철학을 강조해왔다. 단기적인 결과보다 수준 높은 콘텐츠를 위한 창의적인 도전정신을 우선시했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디즈니랜드'를 꿈꿨다.
제주 넥슨컴퓨터박물관 역시 이러한 철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넥슨뮤지엄으로 개편된 이곳은 게임 산업의 유산을 보존하고 넥슨의 정신을 미래 세대에게도 전해주는 장소다.
넥슨그룹은 이 같은 김 창업주의 '넥슨다움'을 승계할 구조가 아닌 상황이다. 김 창업주조차도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던 '회장' 직함이 쇠더룬드에게 부여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가 확고히 자리잡았다. 그룹의 장기 전략을 도맡은 쇠더룬드 회장이 넥슨의 정체성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조다.
김 창업주 별세 이후 넥슨 지주사인 NXC는 김 창업주의 배우자인 유정현 이사회 의장과 자녀들이 과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유정현 의장의 지분율은 35.74%, 두 자녀의 지분율도 각각 18.39%다. 경영권 방어보다는 회사 매각에 관심이 많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직 게임업계 관계자는 "김 창업주의 가족들은 넥슨을 이어나가는 데 별다른 관심이 없는 상황일 것"이라며 "매각을 위해선 성과 중심 경영이 필요하지만 넥슨을 넥슨답게 만들었던 창업주의 철학까지 정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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