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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리뷰] #.은퇴를 앞둔 직장인 정모씨(55)는 최근 자신의 노후자금을 확인해본 뒤 걱정이 크다. 은퇴 후 받는 국민연금은 월 70만원 수준. 연금보험 수령액도 월 50만원이라 합쳐도 약 120만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아내 서씨의 연금액을 합쳐도 부부 노후생활비가 200만원에 미치지 못했다. 정씨는 “주위에서는 부부 생활비로 월에 300만원은 필요하다고 말한다”며 “지금부터라도 다른 노후대책을 찾아봐야 하나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국내 고령층 빈곤율은 43.8%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4.8%)보다 3배가량 높다. 복지시스템이 탄탄한 유럽뿐 아니라 호주(23.2%), 멕시코(24.7%) 등과 비교해도 두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처럼 빈곤율이 높아진 데는 저소득층의 공적연금 및 사적연금(개인연금·퇴직연금) 가입 저조와 함께 노후대비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실해서란 지적이 주를 이룬다. 최근 정부가 연금강화정책을 발표한 것도 국민들의 노후 대비를 지원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오는 2025년이면 고령인구가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령화사회에 진입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노후준비는 과연 안녕할까.


◆자리 못 잡은 연금문화

291만원.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나온 은퇴 후 부부의 월평균 적정생활비다. 인당 140만~150만원이 있어야 노후에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동 조사결과, ‘노후자금 준비를 마쳤다’는 응답자는 9%에 그쳤다. 대다수의 비은퇴가구가 여전히 노후자금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셈이다.

은퇴를 앞둔 50대는 유동자금도 부실했다. 가구주가 50대인 집은 지난해 평균 4억9345만원을 보유했다. 하지만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이 3억6702만원으로 74.4%를 차지한다. 금융자산은 1억2643만원(25.6%)에 그쳤다. 부채는 평균 9321만원이다. 금융자산에 부채를 빼면 사실상 유동할 자금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노후대비를 위해서는 연금에 의지할 수밖다. 연금에 ‘3층 계단(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만들어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하지만 연금가입률이 높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의 연금 소득대체율은 39.3%에 불과하다. 연금 소득대체율이란 연금액이 개인의 생애 평균 소득의 몇 %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비율이다. 미국(71.3%), 일본(57.7%), 영국(52.2%), 독일(50.9%) 등 OECD 국가들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사적연금 가입률도 낮다.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 가입률은 24.0%에 불과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은퇴자가 생활비를 마련하는 방법(비중)은 가족의 수입과 자녀의 용돈이 24.4%, 공적연금이 29.2%를 차지했지만 사적연금은 4.3%에 그쳤다.
사적연금 가입률이 낮은 이유는 기본적인 인식 미흡과 함께 관련 세제지원 혜택이 부족한 탓이다. 국내 사적연금 세제지원 비율은 15.7%로 OECD 34개국 중 23위에 머물렀다. 이는 독일(36.2%) 프랑스(30.5%) 호주(28.5%) 미국(26.8%) 일본(23.8%) 등 주요국은 물론 OECD 평균(21.5%)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특히 2014년부터 연금저축보험에 대한 세제지원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변경돼 연금저축보험 규모가 줄었다.

정민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유럽에선 노후대비 시 사적연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지만 국내는 그렇지 않다”며 “특히 국내에서는 젊은층 사적연금 가입률이 크게 떨어진다. 20~30대가 연금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퇴직급여의 연금수령 선택비율도 1.9%에 불과하다. 대부분 퇴직급여를 연금이 아닌 일시수령하는 ‘퇴직금’으로 여긴다. 이는 아직 국내에 퇴직연금문화가 자리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매번 ‘고갈 논란’으로 국민들의 신뢰도가 바닥이다. 유럽의 경우 공적연금이 1930년대부터 시작돼 약 100년간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했다.

연금 가입 시 ‘부익부빈익빈’ 현상도 문제다. 월 450만원, 월 100만원 소득자가 국민·퇴직·사적연금을 25년간 가입했다고 가정하면 예상 연금 총액은 각각 월 155만원, 55만원가량으로 추산된다. 고소득자가 미래의 노후자금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결국 ‘사적연금’ 키워야
전문가들은 안정적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결국 사적연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직장을 다니게 되면 자연스럽게 적립되는 퇴직연금과 국민연금 외에는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아서다.

선진국 대비 낮은 보험료율과 저성장, 저출산등 문제로 장기적으로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은 30~35%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퇴직연금을 포함한다면 실질소득대체율이 43~48%까지 회복될 수 있으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목표 소득대체율(70%)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부족한 노후소득 수준인 소득대체율 22%~27%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적연금 활성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복지가 안정된 국가들은 공적연금만으로 노후를 대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정부 차원에서 사적연금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실행 중이다. ‘은퇴자 천국’ 미국은 사적연금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50세 이상 근로자를 대상으로 연간소득공제한도 외 추가로 소득을 공제해주는 ‘캐치업 플랜’을 도입했으며 독일도 2001년부터 저소득층에게 연금액을 지원해주는 사적연금 ‘리스터연금’을 운영 중이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말 연금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주택연금 가입요건 완화와 퇴직연금 단계적 도입 의무화 등이다. 고소득층을 제외한 50세 이상 개인연금 가입자에 대한 연금 세액공제 한도를 내년부터 2022년까지 기존 400만원(퇴직연금 포함 시 700만원)에서 600만원(퇴직연금 포함 시 900만원)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장기적으로 퇴직연금공단을 만들어 퇴직연금을 공적연금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며 “이러면 퇴직연금의 관리 비용을 절감하고, 의사 결정 과정에 가입자 참여를 증진시킬 수 있다.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도 15~20%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