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다우닝가의 총리 관저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로이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프로축구 리그가 성행 중인 유럽에서도 각국마다 대책이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영국 총리의 안일한 대처가 언론인들을 자극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3일(이하 한국시간) 코브라(긴급안보) 회의를 주재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대해 "이제 글로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며 한 세대 최악의 공중 보건 위기"라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가 앞으로 몇달 동안 세계 곳곳과 이 나라에 계속 퍼질 것임이 분명하다"며 "가장 위험한 시기는 지금이 아니라 몇주 뒤다. 얼마나 빨리 번지느냐에 달렸다"고 심각성을 전했다.


하지만 존슨 총리는 최근 이슈가 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등 자국 내 스포츠 경기 취소 여부와 관련해서는 "아직 검토중"이라고만 말했다. 또 휴교령 역시 "지금 당장 계획에 없다"(Just yet)고 일축했다.

섬나라인 영국은 13일 기준 총 594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1만5000명을 넘어선 이탈리아(1만5113명)를 비롯해 독일(2369명), 프랑스(2876명), 스페인(2965명) 등 유럽 여타 국가들에 비하면 적은 수지만 최근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경계를 늦추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날 존슨 총리가 내놓은 방침은 유럽 내 다른 국가들의 조치에 비하면 '안일하다'는 비판이 아깝지 않은 수준이다. 이미 이탈리아는 다음달 초까지 자국 내 모든 스포츠경기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스페인과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도 많은 이들이 모이는 프로축구 경기 일정을 향후 수 주 동안 연기하기로 결정했거나 검토 중이다. 이에 영국 내 스포츠 언론인들은 일제히 존슨 총리의 이번 기자회견 내용을 비판하고 나섰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코로나19 대책에 대해 헨리 윈터 '더 타임스' 수석 축구기자(위)와 존 크로스 '미러' 수석 축구기자가 남긴 비판 트윗. /사진=트위터 캡처

영국 유력매체 '더 타임스'의 헨리 윈터 수석 축구기자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총리가 아직은 축구리그의 무관중 개최 혹은 연기를 '검토하지 않는다'고 했다. 의학적으로나 전염병학적으로 (스포츠) 이벤트를 취소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이유다"라며 "다른 국가들이나 리그와는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잉글랜드 축구계는 책임감을 가져야만 한다. (리그를) 연기하라"라고 주장했다.
윈터 기자는 또다른 트윗에서 자신의 칼럼 링크를 걸며 "잉글랜드 축구계는 정신차려야 한다. 축구리그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 어려운 결정이 아니다. '왜?'가 아니라 '왜 이제서야?'라는 질문이 나와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 매체 '미러'의 존 크로스 수석 축구기자는 존슨 총리가 기자회견 도중 코로나19 예방책으로 '손을 잘 씻으라'라고 말한 걸 짚었다. 크로스 기자는 "총리의 조언대로 다같이 손만 씻고 있어보자"라고 조롱하듯 운을 띄운 뒤 "만약 저걸 (제대로 된) 대책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이탈리아에서 무슨 재난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지금 사람들이 장비가 없어 병원에서 죽어간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다른 트윗에서 "정부 방침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며 "축구계는 코로나19가 (리그의) 지속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걸 깨우쳐야 한다"고 경고했다.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공격수 개리 리네커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축구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정부의 결정은) 어차피 해야 할 일을 늦추고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이날 존슨 총리의 기자회견을 전후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레스터 시티 소속 선수 3명이 의심 증상을 보인 데 이어 아스날의 미켈 아르테타 감독, 첼시 미드필더 칼럼 허드슨-오도이가 각각 양성 판정을 받아 구단 훈련장이 폐쇄됐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이날 오후 20개 구단 관계자를 소집해 긴급 회의를 갖고 향후 일정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