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및 원 환율이 급등(원화 약세)하면 증권가에선 철강주를 피해주로 지목한다. 철광석을 비롯한 원재료 수입이 많기 때문이다. 2019년 5월 원 달러 환율이 1100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찍었던 시기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업체들은 원화약세를 반겼다.
원재료 단가는 상승하지만 제품 수출 비중이 높아 제품 단가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 달러 환율이 1256원을 찍은 19일은 그때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마케팅부서는 이날 오전 11시경 원달러 환율이 1300원까지 오를 것을 가정하고 수출 시나리오를 긴급 작성하기 시작했다. 원화약세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분을 해외 고객사에게 가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출상황이 부진한 가운데 일정 수준을 넘어선 가격 인상은 부담스럽다”며 “안 그래도 5월 주문이 줄어든 상황에서 가격을 올린다고 하면 주문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상승은 수출에는 유리할 수 있고, 원료구매에는 불리한 요인이라 수요위축이 지속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근 철강업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로 인한 수요 위축으로 가격 인상에 애를 먹고 있는 가운데 수출 부진까지 겹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2월 국내 철강재 수출 물량은 244만3183톤으로 전년동월대비 2.4% 감소했다. 1월(251만8193톤))에 견줘서도 3% 떨어진 수치로 올해 들어 1~2월 모두 전년대비 감소했다.
2019년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큰 타격을 입은 철강업계가 올해는 코로나19 돌발악재로 코너에 몰린 모습이다.
최근 3년간 철강재 수출을 살펴보면 2017년 3166만8290톤, 2018년 3044만428톤, 2019년 3037만908톤 등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한국에 들어온 철강재는 지난해 증가세로 돌아섰다. 중국 경기 둔화와 함께 철강가격이 떨어지면서 중국산 제품이 대거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중국의 철강 재고가 조업 지연으로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철강 유통 재고는 지난달 기준 2006년 이래 최대치인 2375만t으로 집계됐다. 전체 재고량은 3345만톤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은 작년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자동차·조선 등 전방업체를 상대로 철강 가격 인상을 시도하고 있는데 중국 철강사들이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가격을 낮춰 수출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성장률 둔화에 코로나19 영향이 겹쳐 업황 부담이 커졌다"며 "높은 재고로 중국산 철강값이 떨어지면 그만큼 가격 협상력도 약해져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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