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임한별 기자
12년 만에 수면 위로 오른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일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대구은행은 키코 불완전판매를 배상하라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안을 검토할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다. 네번째 연장이다.

일부는 금감원의 분쟁조정을 불수용을 결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산업은행과 씨티은행도 분쟁조정안에 불복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사외이사 교체로 인해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이사회 구성원이 최근 바뀌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 지원으로 키코 사안을 검토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대구은행 역시 코로나19 관련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키코에 관한 심도깊은 논의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는 이유를 들었다. 금감원은 은행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추가 연장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기업이 환차익을 얻지만 반대의 경우 손해를 떠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2008년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당시 가입 중소기업들이 대규모 피해를 입고 줄도산 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분쟁조정안을 수용, 42억원대 배상을 마친 바 있다. 이후 산업은행과 씨티은행은 분조위 배상 권고를 불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사실관계와 법률 의견을 검토한 결과 배상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신한·우리·산업·하나·대구·씨티은행이 일성하이스코와 남화통상, 원글로벌미디어, 재영솔루텍 등 4개 업체에 대해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배상금액이 가장 많은 곳은 신한은행으로 150억원이다. 다음으로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순이다.

키코 분쟁조정은 윤석헌 금감원장이 공을 들여온 부분이다. 금감원 내부에선 불복하는 은행이 추가로 나올 경우 금융감독기구의 권위가 흔들릴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 지원에 집중해야 하느라 사실상 키코 문제를 논의할 여력이 없다"며 "금감원의 권고를 수용할 경우 향후 주주들이 국책은행도 수용하지 않은 권고를 수용한 것에 대해 문제를 삼을 수 있다. 윤 원장이 키코 배상을 무리하게 밀어붙여 이런 사태를 자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