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병원에서 의료진이 바이러스 감염대응을 위한 원격진료장비를 테스트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강민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원격의료 빗장을 풀고 있다. 감염병으로부터 의료진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 한시적으로 비대면진료가 도입되면서다. 직간접적으로 비대면진료를 체험하는 환자들의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을 온전히 되찾을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원격의료에 대한 요구는 더 커질 전망이다.
원격의료 생각보다 편한데?
#.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환자가 전화만으로 약을 처방받는다. 담당 의사로부터 처방전을 받은 약국은 환자에게 택배나 대리인을 통해 전달한다. 현재 코로나19 여파로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시행 중인 원격의료 서비스의 모습이다.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된 2월 말부터 정부는 한시적으로 비대면진료인 전화상담 처방을 허용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월24일부터 4월12일까지 전국 3072개 의료기관에서 시행된 전화상담 및 처방 건수는 총 10만3998건에 달했다. 시행 초기 누적청구 건수가 2~3월 2만6000여건에 불과했지만 이후 빠른 속도로 청구가 늘어났다. 코로나19로 병원 방문을 꺼려했던 경증 환자들이 전화처방을 선호하면서 발생했다.


취재 결과 의사와 환자 대부분 비대면진료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과 거리가 먼 환자일수록 만족도는 컸다. 한달에 한번 꼴로 장거리를 이동해 먹던 약을 타러 병원에 가야 했던 만성질환자들은 전화진료만으로 약을 탈 수 있다. 환자는 이동시간과 비용 모두를 아낀 셈이다. 환자 A씨는 “의사와 비대면진료를 통해 증상이나 약 부작용 여부에 대해 이것저것 더 상세히 물어보는 느낌”이라며 “어떻게 보면 병원에 가는 것보다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의료진도 코로나19 전파를 막는 데 비대면진료가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고위험군인 만성질환자의 이동을 최소화해 예기치 못한 감염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무부담도 덜 수 있어서 대체로 만족스러워했다.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비대면진료가 도입된 후부터 병원 방문이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외래환자에게 방문 의사를 물어보고 있다”며 “환자가 방문을 원치 않는 경우 시간을 정해 전화상담 진료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격의료 규제 완화 목소리
코로나19로 시험대에 오른 원격의료의 제도권 진입에 대한 요구 역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적으로 원격의료의 빗장이 풀린 까닭이다.


정부도 원격의료 제도화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비대면 의료서비스 산업 육성을 강조한 가운데 보건당국도 비대면진료 추진 방향을 놓고 신중한 입장이지만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

아직까지 원격의료는 강력한 규제에 묶여있다. 의료법상 원격의료는 의사와 의사 간에 한해 허용된다.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의료는 불법이다. 일례로 지난해 정부가 강원도를 ‘규제자유특구’로 지정 원격의료를 허용했으나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단 한곳도 없었다. 이처럼 한국 의료계는 원격의료에 거부감이 크다.

하지만 원격의료가 전세계적으로도 허용되고 있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은 알리페이, 바이두 등 총 11개 업체가 참여해 ‘온라인 의사 상담 플랫폼’을 구축했으며, 알리바바헬스는 해외 거주 중국인 대상으로 무료 진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일본에서는 다이아몬드프린세스호 크루즈 승객 대상으로 ‘코로나19 대응 지원센터’ 앱을 통해 원격진료를 실시했으며 일본정부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의사와의 원격 상담 창구도 설치했다.

미국도 코로나19 사태로 원격의료 비용을 보장하는데 보험사들이 앞장섰다.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메리칸 웰의 서비스 수요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크게 증가했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과 교수는 “한국의 원격진료 도입은 시간이 지날수록 필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오진 확률을 줄이고 환자가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도 진료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원격의료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 제한 규제부터 과감히 개선해 향후 신종 전염병 출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시험대 오른 원격의료 ‘우려 섞인 의료계’
원격의료에 대해 고운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한의사협회는 비대면진료 도입 전 정부와 충돌했으며 이를 아우르는 원격의료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기존 1·2·3차 병원의 의료전달체계를 무너트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원격의료가 도입될 경우 3차 의료기관에 환자 쏠림현상으로 1차 의료기관이 몰락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1차 의료기관이 무너지게 되면 의료전달체계는 붕괴되고 나아가 국민들의 의료접근성을 하락시키는 악순환 고리로 이어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오진도 우려한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문진, 청진, 시진 등 다양한 진찰과정과 검사가 필요하지만 원격의료는 이 과정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다. 자칫 원격의료로 오진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염려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비대면진료가 방역에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지 의문이다”며 “원격의료가 도입되려면 제도를 체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원격의료의 반대한다기 보다는 실효성을 우려한다”며 “아직 국내 시스템상 환자 진료에 있어서 원격의료가 도입되기에는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2호(2020년 4월28일~5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