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기대를 모은 기업공개(IPO)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수에 IPO 열차의 철로가 끊어졌다. 기업가치가 수조원에 달하는 대어급들의 IPO 도전은 전부 멈춰 섰다. 올 1분기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청구는 ‘0’건. 하지만 오히려 코로나19를 기회로 제약바이오와 비대면기술 기업들은 새로운 IPO에 도전한다. 꿈틀대고 있는 IPO시장을 진단했다.<편집자주>
-[희비 갈리는 IPO시장②] 코로나19 여파에 찬바람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올해 기업공개(IPO)시장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예상되던 대어급 기업들의 상장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기업가치가 수조원에 달하는 대어급 기업들이 줄줄이 코로나19의 벽을 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형증권사들은 IPO시장에서 실적을 거두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
◆ 1분기 IPO시장… 상장기업 14곳뿐━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상장기업은 총 14곳으로 지난 4년과 비교하면 최저치다. 코스피시장에서는 지난 1월21일 케이씨씨글라스의 재상장을 제외하곤 상장 기업이 전무하다. 나머지 13개 기업이 코스닥시장에만 신규·이전 상장을 했다. 1분기 공모금액은 3172억원으로 전년동기 7975억원에 비해 60.23%나 줄었다. 이는 2016년 1분기(4278억원) 이후 최저 수준이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여파로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한 기업은 총 7곳이다. 미래에셋대우가 주관을 맡은 메타넷엠플랫폼, NH투자증권·삼성증권 공동 주관하는 노브메타파마, 한국투자증권이 주관하는 에스씨엠생명과학, LS이브이코리아, 삼성증권이 주관하는 엔에프씨, 센코어테크, 키움증권이 주관하는 압타머사이언스 등이다.
지난달 홀로 상장에 나섰던 건축 시공업체 센코어테크는 지난 3월에 이어 두번이나 상장 일정을 연기했다. 센코어테크는 금융위원회에 철회신고서를 제출하고 남은 IPO 일정을 취소한다고 지난달 17일 밝혔다. 지난 3월 엔에프씨는 수요예측 이후 공모주 청약에서 경쟁률 미달 사태를 겪으며 주식 분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신규 상장 절차를 취소한 바 있다.
━
◆ 코로나19 직격탄에… 대어급 자취 감춰━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예비심사승인을 받은 기업 가운데 상장절차를 진행하는 기업은 SK바이오팜이 유일하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12월30일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아 6개월 이내인 상반기 내에 상장 작업을 완료해야 한다. SK바이오팜 예상 기업 가치는 5조원 이상으로 올해 IPO 최대어로 꼽혀왔다. SK바이오팜은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효력 연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거래소는 증시의 급격한 변동으로 인한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하면 6개월 내 상장예비심사 효력을 한차례 연장해줄 수 있다.
호텔롯데의 IPO 추진도 사실상 중단됐다. 호텔롯데 실적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면세사업의 실적이 반토막 나면서 공모가 산정이 불리해진 탓이 크다. 호텔롯데는 현재까지 상장예비심사도 청구하지 않았다. 호텔롯데의 현 기업가치는 5조원 정도다. 호텔롯데 공모가는 초기 희망공모가(20만원)에 못 미치는 5만~6만원 수준으로 예측돼 롯데가 IPO를 강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평가다.
호반건설도 연내 상장을 목표로 준비 중이던 IPO 절차를 일시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의 경우 재무 상황이 여유가 있어 IPO 일정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주관사단과 상장 일정을 보류하기로 하면서 연내 상장도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고 전했다. 올해 상장이 유력하던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지도 상장심사 청구를 신청하지 않았다.
IPO시장에서 상장을 추진하던 기업들이 철회하거나 일정을 연기하는 건 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 코로나19로 국내 증시 변동성이 급격하게 커져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시장 상황 때문이다.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상장을 철회하거나 일정을 보류하고 있는 탓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투자자와의 만남이 어려워진 데다 증시 부진으로 인해 적정가치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등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설명이 부재한 상황에서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수요예측 및 청약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다”며 “이는 향후 공모가 책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 대형 증권사 IPO 실적 독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증권사별 IPO 주관 현황(공동주관 포함·스팩 합병 제외)은 ▲미래에셋대우 9개사 ▲한국투자증권 5개사 ▲NH투자증권 4개사 ▲하나금융투자 3개사 ▲IBK투자증권 2개사 ▲KB증권 2개사 ▲대신증권 2개사 ▲신영증권 1개사 ▲키움증권 1개사 ▲삼성증권 1개사 ▲현대차증권 1개사로 집계됐다. 이 중 대형증권사의 IPO 주관 비중은 약 66%를 기록했다. 특히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특정 대형증권사들이 독주하고 있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미래에셋대우는 영림원소프트랩, 퀀타매트릭스, 한국파마, 젠큐릭스를 포함해 9개사를 주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더네이쳐홀딩스, 티에스아이, 와이더플래닛 포함 5개사를, NH투자증권은 와이팜, 에이프로, 와이디생명과학 포함 4개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현재 상태에서 안정화된다면 2분기 IPO 예정 기업수는 10여개 초반도 가능할 것”이라며 “2분기 공모시장은 지난 2년간 2분기 평균 금액 수준보다 낮은 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3호(2020년 5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3호(2020년 5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