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위태롭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한항공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3자 주주연합과의 경영권 분쟁도 현재진행형인 상황이다. /사진=머니S 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휘청거리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위태롭다. 정부가 1조2000억원 규모의 지원금을 이달 중으로 집행할 예정이지만 유동성 위기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反조원태' 세력인 3자 주주연합(KCGI,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의 갈등으로 불안한 경영권도 여전히 고민이다. 故조양호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총수가 된 조원태 회장은 벼랑 끝에 내몰렸다.

유상증자부터 사업부 매각까지
5일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은 이달 중으로 대한항공에 대한 1조2000억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화물운송 관련 자산유동화증권(ABS) 7000억원 인수, 영구채 전환 3000억원, 운영자금 2000억원 등이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지만 대한항공의 유동성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산은이 추산한 올해 대한항공의 유동성 부족 규모는 3조8000억원이다. 이달 산은과 수은이 1조2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해도 상반기를 겨우 버틸 수 있을 뿐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하반기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진다고 보면 현 수준의 정부지원으로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이 최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준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이달 이사회를 열어 유상증자 시점과 규모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 국내와 달리 해외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어 올해 하반기 정상적인 운항에 나설 수 있을지 미지수다.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추가 자구안이 절실하다. 연내 매각을 목표로 현재 추진 중인 송현동 부지 처분 등은 이미 지난해 한진그룹이 경영비전으로 밝힌 내용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올해 본격화된 만큼 추가적인 대책 마련이 불가피하다. 대한항공은 사업부 매각 등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진 총수일가의 사재출연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지만 당장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사재출연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의 별세 이후 상속세 마련 등에 부담도 큰 상황에서 산은 등과 미논의 중인 사재출연, 지분 담보 등이 자발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

여전히 위태로운 경영권
유동성 위기 외에도 조원태 회장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또 있다. 지난해 조 전 부사장의 반기로 불이 붙은 경영권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조원태 회장은 올해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지만 3자 주주연합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대한항공 측은 정부의 1조2000억원 지원계획 발표 후 "3자 주주연합과의 소모적인 지분경쟁을 중단하도록 하고 당명한 위기극복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양측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3자 주주연합 관계자는 "우리는 지금껏 대화를 원했지만 한진 측에서 대화를 시도한 바 없다. 현재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올해 한진칼 주총이 끝난 후에도 3자 주주연합의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한진칼 지분 구도를 보면 3자 연합이 우위를 점한 모습이다. KCGI 19.36%, 반도건설 16.90%, 조 전 부사장 6.49% 등 총 42.75%로 추정된다.

경영권 방어에 나선 조원태 진영은 41.14% 수준이다. 조원태 회장 6.52%, 조현민 한진칼 전문 6.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5.31%, 특수관계인 4.15%, 델타항공 14.90%, 대한항공 자가보험 및 사우외 3.79% 등이다. 조원태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되던 카카오는 기존 2%의 한진칼 지분을 대부분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KCGI와 반도건설은 추가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3자 주주연합이 오는 7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조원태 회장을 재차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3월 법원은 반도건설의 주식 보유 목적의 변경 보고 의무 위반으로 의결권 5%에 대한 제한 조치를 결정한 바 있다. 오는 7월이면 의결권 제한 조치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3자 주주연합 관계자는 "임시 주총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세운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