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이 올해 40주년을 맞았다. 사진은 지난 2017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때 유족을 안아주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사진=뉴스1
5·18민주화운동이 40주년을 맞았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온 5·18은 피해자 명예회복, 전두환·노태우 등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이 일부분 이뤄졌다. 하지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아직 미흡하다. 무엇보다 발포명령자를 찾아내지 못했다. 나아가 ‘어둠’의 틈을 타 운동의 참뜻을 훼손하는 세력들이 준동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5·18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5.18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우리 민주주의 역사의 현장마다 빠지지 않고 불려온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한동안 논란이 되풀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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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 어떤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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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사망한 윤상원 열사와 앞서 1978년 노동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에 헌정된 노래다. 1982년 2월 윤상원과 박기순의 유해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 합장하면서 영혼결혼식을 거행할 때 처음 공개됐다.
소설가 황석영씨가 시민사회운동가 백기완씨의 옥중 시인 ‘묏비나리’의 일부를 차용해 가사를 썼고 당시 전남대 학생이던 김종률씨가 작곡했다.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님'으로 표현한 이 노래는 2000여개의 카세트테이프에 복사된 뒤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광주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노래로 자리잡았다.
이후 '임을 위한 행진곡'은 매년 5·18민주화운동 추모행사 때마다 유족과 시민들 사이에서 5·18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노래로 제창됐다. 1997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이 국가기념일로 승격돼 정부 주관으로 첫 기념식을 열었을 때부터 지난 2008년까지 정부주관 기념식 본행사 말미에 기념곡으로서 제창됐다.
5.18 민주화운동 38주년을 맞이한 2018년 5월18일 '보아라 오월의 진실 불어라 평화의 바람'이라는 주제로 열린 서울 기념식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장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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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창·합창 논란이 불거진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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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이명박정부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공식 식순에서 제외하고 식전 행사에 넣었다. 2011년부터는 기념식에서 곡의 제창이 완전히 폐지돼 합창단이 부르는 곡을 들을 수만 있었다. 기념식에서 '제창곡'은 참석자들이 의무적으로 노래를 불러야 하지만 '합창곡'은 따라 부를 지 여부가 참석자의 선택 사항이다. 당시 국가보훈처는 이 곡이 ‘북한 영화에 등장한 노래’라는 점 등을 변경 이유로 들었다. 야권과 5·18 단체들이 반발했고 당시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후 제창에 반대한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의 사표를 수리, 2017년 당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라”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로써 지난 9년간 이 곡을 둘러싸고 지속됐던 ‘제창·합창 논란’도 종지부를 찍었다.
독일 뮌헨 가스타익센터 칼 오프 홀에서 열린 '한국-독일 연합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요셉 바스티안이 지휘한 광주시립교향악단과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이 합동 연주회를 통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연주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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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도 물들인 ‘임을 위한 행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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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의 상징곡이자 광주정신이 깃든 '임을 위한 행진곡'이 지난해 독일 뮌헨과 홍콩지지집회에 울려퍼졌다. 2019년 9월 뮌헨 가스타익센터 칼 오프 홀에서 열린 '한국·독일 연합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합동 연주회를 펼쳤다. 당시 교향악단은 이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주제로 한 작곡가 김대성의 교향시 '민주'와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베토벤 로망스' 등을 연주했다. 토마스 엘스터 주 뮌헨 명예영사는 "연합 오케스트라의 화음이 정말 좋았다"며 "민주주의의 상징적인 곡이라는데 연주를 듣고 나니 당시 광주시민들이 느꼈을 감정에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범죄인 인도 조례’ 제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100만 행진’ 현장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기도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아시아권 투쟁 현장에서 불린 건 당시가 처음은 아니다. 중국에서도 이미 노동자들이 쟁의를 하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고, 태국과 말레이시아, 대만 등 동남아 곳곳의 민주화운동에서도 불리면서 아시아권에서 민주 항쟁을 상징하는 노래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 13일 오전 광주 북구 광주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임을 위한 행진곡' 창작터 표지석 제막식에서 소설가 황석영씨(오른쪽)와 곡을 쓴 김종률씨가 손을 맞잡고 있다. 황씨는 김씨가 쓴 곡에 맞춰 백기완 시인의 시 '묏비나리'를 개사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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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석' 제막부터 재해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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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1980년대 시대정신을 담은 5월 추모곡이자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상징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이 창작된 장소를 기념하는 표지석이 황석영 소설가의 옛 자택 터에 세워졌다. 표지석은 '임을 위한 행진곡' 악보 원본과 함께 '1982년 4월 님을 위한 행진곡 이 곳에서 탄생하다'라는 글이 새겨졌다. 황석영 작가는 "장송곡이 고난과 역경의 세월을 지나면서 승리의 노래가 됐다. 민주화를 염원하는 각국의 사람들이 자기화하며 곡을 발전시켰기 때문"이라며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어느 곳에서나 광주의 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불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올해에는 국내 음악인들이 이를 기념하는 노래를 잇달아 내놓는다. '시대의 노래꾼' 안치환도 5월 광주의 역사를 기억하는 신곡 '봄이 오면'을 발매했다.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를 쓴 시인 김준태가 최근 내놓은 시 '노래'에 안치환이 멜로디를 붙여 만든 곡이다. 안치환은 "해마다 5월이 오면 아프지만 자랑스러운 광주의 역사를, 우리의 역사를 기억하고 보듬는 노래가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작곡가 김형석이 편곡하고 가수 이은미가 가창한 '2020 임을 위한 행진곡'도 공개된다. 김형석은 "기억은 그대로 머물러 있고 세월만 지나버린 느낌"이라며 "이번 작업을 통해 나 자신도 치유하고 아픈 기억을 가진 분들도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올해 5·18 기념식은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5·18 기념주간의 백미인 전야제가 32년 만에 취소됐다. 매년 기념식은 국립5·18민주묘지와 옛 전남도청 등 역사의 현장을 중심으로 열렸지만, 올해는 유튜브를 비롯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위주로 치러진다.
5·18 행사위는 유튜브 라이브 채널을 통해 5·18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영어스피치 대회’도 연다. 5·18 행사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동참하기 위해 기념행사는 대폭 축소하면서도 의미와 가치를 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온라인이란 특성에 집중해 좀 더 쉽고 알기 쉬운 행사를 기획해 대중성을 높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