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장동규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통한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위기를 피했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새벽 2시께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이 부회장과 함께 영장이 청구된 최지성 전 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사장)의 영장도 기각됐다. 전날 오전 10시30분부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된 지 15시간30분 만이다.


원 부장판사는 기각 사유에 대해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이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인다”면서도 “불구속재판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선 소명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이 부회장 등에게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해 지난 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이 사실상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정한 작업이었고 ‘시세조종’을 비롯한 10여개의 부정거래가 있었다는 판단에서다.

양사 합병당시 주식교환 비율을 산정하면서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 가치를 반영해 1:0.35로 정했다. 이후 제일모직 주식의 23.2%를 보유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합병 이후 삼성물산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검찰은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이 부정한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며 이 부회장이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인지하고 개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이 부회장 등은 검찰의 수사 자체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과 삼성은 줄곧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관련 법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함에 따라 경기 의왕에 있는 서울구치소에 대기하며 심사 결과를 기다리던 이 부회장은 곧바로 귀가했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재청구할지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