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저임금위원회가 첫발을 떼기까지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이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3월31일 최저임금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했지만 4월 치러진 21대 국회의원 선거라는 국가적 이슈에 묻혀 주목을 받지 못했다.
5월 들어서도 근로자위원 구성이 난항을 빚으며 전원회의 일정이 미뤄졌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되는데 근로자위원 일부가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2.9%로 낮춘 데 반발해 사퇴하는 등 6명의 공석이 발생한 탓이다.
우여곡절 끝에 최근 새로운 근로자위원을 선임해 최저임금위원회 구성요건을 갖추고 심사에 착수했지만 시간이 촉박하다. 법이 정한 최저임금 고시기간은 8월5일이다. 이의제기 등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시 전 20일로 정하고 있어 7월16일까진 어떻게든 최종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올해 최저임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거대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전례 없는 경제위기라는 상황을 놓고 경영계와 노동계 간 아전인수식 주장과 충돌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의 동결이나 인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대다수 기업이 실적쇼크를 겪고 있어서다. 특히 항공·면세·여행업계 등은 단순한 실적하락을 넘어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노동계는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진 최저임금 근로자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임금 논의 과정에서 경영계와 노동계의 충돌은 매년 반복돼 온 일이다. 해마다 상대방의 인상률 제안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회의 자체를 보이콧하거나 투쟁을 선언하는 등 감정싸움이 되풀이됐다. 올해 역시 경영계와 노동계가 ‘강대강’ 구도를 형성해 최저임금 협상이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는 경영계와 노동계가 합심해야 극복할 수 있다. 쌍용차, 금호석유화학 등 주요기업이 올해 아무런 분쟁 없이 임단협 타결을 한 것도 위기 극복에는 노사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과 노동자위원도 꼴사나운 소모적인 논쟁을 반복하기보다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대타협을 이루길 기대한다. 지금은 불필요한 기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9호(2020년 6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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