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내야수 오재원이 지난 2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경기가 끝난 뒤 LG 덕아웃 쪽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무관중으로 경기가 열리자 프로야구 선수들의 경기 중 덕아웃 발언들이 계속 이슈로 불거진다. 무관중 사태 속에 선수들의 동업자 정신이 좀 더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21일부터 KBO리그는 두산 베어스 내야수 오재원 논란으로 뜨거웠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2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LG 트윈스의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경기에서 두산이 2-0으로 앞선 5회초 2사 1, 2루 상황에 8번타자 이유찬 대신 오재원이 대타로 나섰다.


하지만 대타로 지목된 오재원은 약 2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경기장에 모인 이들을 모두 당황하게 했다. 추후 밝혀진 바에 따르면 오재원은 당시 화장실에 가 있다가 뒤늦게 대타 호명 소식을 접했다. 오재원은 대타 호명 이후 3분여가 지나서야 타석에 들어섰다. 그 사이 LG 선발투수 이민호와 야수들은 더운 날씨 속 기약 없이 대기해야만 했다. LG 덕아웃 쪽에서도 마냥 기분이 좋을 수만은 없었다.

이런 기분은 오재원이 타석에 서자 폭발했다. LG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가 타석에 들어선 오재원을 향해 욕설이 섞인 발언을 날렸다. 'F'자로 시작하는 욕설이 중계카메라를 통해 그대로 송출될 정도였다. 이에 오재원이 잠시 맞받아치고 심판과 대화를 나눴으나 추가적인 상황 없이 경기는 그대로 이어졌다. 오재원은 투수 이민호에게 가볍게 손짓을 해 사과의 뜻을 표한 뒤 해당 타석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두산은 이날 경기에서 LG에 3-1 승리를 거뒀다.

사건의 직접적인 발단은 '지각 등장'을 한 오재원에게 있다. 오재원은 타석에 서기 전 보다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이민호와 LG 야수진, 덕아웃에 사과의 뜻을 표했어야 했다. 그러나 여기에 켈리의 욕설 섞인 불만이 전달되면서 분위기가 더 과열되는 양상을 띄었다. 이전 같았으면 관중들 소리에 묻혔을 수도 있는 목소리가 그대로 오재원 귀에 들어가자 양 측 사이의 긴장감이 더 높아졌다. LG 입장에서는 완전한 피해자가 될 수 있었던 상황이 오히려 논쟁의 대상거리로 비화하는 양상이 됐다.


KBO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지난달 개막 시점부터 무관중으로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팬들로 꽉 찬 경기장에서 함성소리가 사라지자 '소리'와 관련된 문제들이 계속해서 불거졌다. 한화 이글스 투수 박상원의 기합소리와 이에 따른 롯데 자이언츠, KT 위즈 선수들의 조롱성 발언이 대표적인 예다. 이번 시즌부터 심판들이 개인 마이크를 찬 탓에 심판들의 몇몇 발언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단순히 보여지는 매너를 넘어 이제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도 주의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또다른 '뉴 노멀'(New Normal)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