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23일 새벽 1시, 서울 2호선 을지로입구역. '천만 시민의 발' 지하철도 모든 운행을 종료하고 잠이 든 때다. 초복이 지난 한여름에 장마기간까지 겹쳐 높은 습도와 온도가 지상을 달구고 있을테지만 지하철 통로에는 서늘한 공기가 흐른다.
암흑과 정적을 깨고 안전모에 노란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자기 몸만한 철제사다리와 두꺼운 케이블, 각종 장비를 몸에 주렁주렁 매달고 줄줄이 어두운 지하철 터널 안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간다. 안전모에 걸친 작은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해 사다리를 놓고 둥근 지하철 터널 벽에 열심히 작업한다. 5세대(5G) 이동통신망을 구축하기 위해 새벽 망 구축 작업에 나선 이동통신3사 엔지니어들이다. 이날은 5G 신호를 달리는 지하철 내에서 증폭해 주기 위해 선로 내 안테나 작업이 한창이다.
새벽 지하철 공사 현장을 찾은 이유는 5G 망 구축의 '핵심'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지하철 망 구축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이날 현장방문에는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네트워크 총괄 책임자, 서울교통공사 기술본부장, 한국정보화진흥원장 등이 참석했다.
'안터져서 속터진다'는 말은 5G 서비스의 '형용사'처럼 자리잡았다. 이통3사는 5G의 세계 최초 상용화와 함께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 서비스를 적극 홍보하고 있지만 이용자들이 실제 체감하는 5G 품질은 이통3사의 홍보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통신 체감품질은 통신서비스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에서 더 적나라하게 느껴진다. 생활 시간이 긴 집안이나 건물 내 등 '실내', 그리고 이동시간이 긴 지하철 등이 체감품질에 큰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장소다.
현재 이통3사는 5G 품질 향상(커버리지 확대)을 위한 기지국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실내나 지하철은 실외 기지국 구축 상황에 비해 훨씬 더디다. 이용자들이 5G 품질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이유다.
장석영 2차관도 이날 "국민이 통신품질을 제일 체감하는 장소가 지하철"이라며 "국민들이 보시기에 (5G 품질이 떨어져)답답하다 느끼실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과 수도권 지하철 5G망 구축 현황을 보면 체감 품질이 크게 떨어지는 이유가 확연히 드러난다. 현재 수도권 지하철 역사 및 터널의 5G 망 구축률은 25.9%에 불과하다. 실외 기지국 신호가 닿는 지상역사는 제외한 수치다.
서울 시내 지하철 역으로 국한하면 구축률은 더 떨어진다. 그나마 2호선은 5G 망 구축률이 80%로 높은 편이었지만 4호선은 6.6%, 7호선은 4.1%, 5호선과 6호선은 각각 3.5%와 2.8% 구축률이 확 떨어졌다. 1호선은 아예 시작도 안됐다. 2호선을 제외하면 서울시내 지하철의 5G 망은 10분의1도 구축되지 않은 셈이다.
왜 이럴까. 이러고도 비싼 요금을 받는단 말인가. 이날 현장에 직접 가보니 구축률이 낮은 이유가 이해된다. 현장 브리핑을 맡은 황보근 SK텔레콤 수도권 인프라팀장은 "(지하철) LTE망 구축에는 2년이 걸렸다"며 "5G는 상대적으로 설치가 어려운 부분이 있어 3년 이상 걸릴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지하철은 종착역 기준 오전 1시께 운행이 종료되고 첫차는 5시께 운행을 시작한다. 안전 확보와 지하철 운행 준비를 고려하면 지하철 선로에서 5G 통신망 설치를 할 시간은 2시간에서 3시간에 불과하다.
설치할 수 있는 가용시간이 적더라도 많은 설치 인력이 투입되면 조기구축이 가능하지만, 그에 따라 안전인력을 늘려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 지하철 공사를 하려면 공사를 관리감독할 안전인력이 반드시 동행하도록 의무화 돼 있다. 20대 비정규직 청년이 홀로 지하철 역사내에서 작업을 하다가 달려오는 지하철을 보지 못하고 비극적인 생을 마감하면서 안전규정이 크게 강화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안전을 관리감독할 '안전인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이통3사의 5G 망 구축을 위해 인력을 늘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문제에 대해 장 차관은 "조기 구축을 위해 안전 관리 요원이 필요하다"며 "(서울교통공사 등에서)추가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과기정통부와 서울지하철교통공사, 이동통신3사가 협력을 맺고 5G 망을 공동구축하는 한편 안전관리 인력을 집중 투입하면서 문제는 서서히 해소되고 있는 중이다.
황보근 팀장은 "과기정통부와 서울교통공사, 이동통신 3사가 공동구축 합의 끌어내 공사 기간을 당초 예상됐던 3년이 아닌 2년으로 줄이고 공사비도 30%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장 차관도 "코로나19로 작업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동통신사, 지하철공사가 노력하고 있어서 순조롭게 지하철 5G 설치가 잘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격려했다.
그렇다면 현재 '지하철 5G'의 속도는 어느 수준일까. 5G망이 제대로 구축된 2호선 을지로입구역 승강장에서 속도를 측정한 결과 무려 1355메가비피에스(Mbps)가 나왔다.
같은 환경에서 LTE 통신망 속도는 467Mbps로 측정됐다. 이용자가 많아 접속량이 늘어나는 출근 시간대에는 이보다 현저히 느린 속도가 될 테지만 유선 초고속인터넷이 아닌 이동통신 무선인터넷으로 1기가급(1Gbps) 속도를 내는 것은 고무적이다.
언제부터 모든 지하철 역사에서 이렇게 빠른 5G 속도를 접할 수 있을까. 이날 현장 브리핑에 따르면 수도권 지하철에는 총 1115개 장비가 설치돼 4311개 장비를 구축한다는 계획 대비 25.9%의 개통률을 보였다. 이는 지상역 등 일부 역사를 제외한 값이다.
전국 649개 지하철 역사를 기준으로 보면 절반인 325개역에 5G망 설치가 완료됐다. 내년 상반기에는 모든 수도권 지하철 역사에서 5G 서비스를 접할 수 있다. 수도권에서는 2호선 대부분의 구간과 9호선 전구간에서는 5G를 이용할 수 있다. 이달 내 공사가 완료되는 광주·대구·대전·부산 지역 지하철에는 모든 역사에 장비 설치가 모두 완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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