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당정이 의과대학 정원 4000명 확대 방안을 추진하자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의료진 양성 필요성이 제기되자 신속한 결정에 나선 것인데, 의견수렴·논의 과정이 생략돼 부작용 우려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의료인력 확충에 따른 건강보험료 인상과 의료 수가 갈등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의료계가 '제 밥그릇 지키기'란 국민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선 파업 등 실력행사 보다 정부와 적절한 대화창구를 열어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정, 코로나19 계기로 의료인력 4000명 충원안 강드라이브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3일 당정협의를 통해 2022년부터 10년간 의과대학 정원을 총 4000명 늘리고, 이중 3000명을 지역 의료인력으로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국립공공보건의대 설립은 전북 남원의 서남대 의대 활용안을 확정했다.
의대 정원 확정안은 이달 말에서 8월초 복지부와 교육부 등 유관기관과 협의를 거쳐 최종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올해 12월까지 의대 정원 배정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2021년 2월까지 각 대학별 정원 심사를 배정하고 그해 5월 입시 요강을 발표할 예정이다.
의대 정원 확정안은 10년간 적용되고, 이후 정원 수는 기존 3058명으로 다시 돌아간다.
당정의 의대 정원 4000명 추가 양성안은 수도권에 쏠린 의료인력을 지방으로 분산하기 위한 고육책을 풀이된다. 한국의 의사 수는 1000명 당 OECD 평균 3.5명을 크게 하회하는 2.4명에 불과하다.
지역별 불균형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기준 서울의 의사 수는 1000명 당 3.1명이지만 세종은 0.9명, 경북 1.4명, 울산 1.5명, 충남 1.5명 등 서울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때문에 당정은 지역의사 선별전형으로 선발된 학생의 경우 지역 공공의료 및 중증·필수 의료기능 수행 의료기관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하도록 못박았다.
◇수가 인상·건보료 인상 재점화 가능성…부실의대 양산 우려도
의사 수 확대 및 서울-지방 간 의료의 질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당정의 이번 조치가 안착할지는 미지수다.
우선 의료 수가라는 현실적 문제와 더불어 간호사 인력도 동시에 양성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간호 인력 역시 OECD 평균을 밑도는 만큼 의사 인력 충원만으로는 제대로 된 지역의료 서비스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 공공의료 기능이 확대·강화될수록 건강보험료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는 향후 건보료 인상 이슈로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격렬하게 반발 중인 의료계를 달래기 위해 정부가 의료 수가 인상 카드를 꺼낼 경우 건보료 재정부담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의사 인력 증원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는 8월에 하루 간 총파업을 예고하며 실력행사 불사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의협의 반발에 대해선 '제 밥그릇 지키기'란 비판도 나오지만, 의료계 의견수렴이나 논의과정 없이 급박하게 추진하는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은게 사실이다.
의협은 "정부 및 여당이 겉으로는 OECD 통계 중 하나인 인구 천 명당 의사 수를 내세우며 우리나라의 의사 인력이 부족하고, 감염병 등 재난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필수의료나 지역에 근무할 의사 인력의 양적 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왜 필수의료나 지역 의료가 무너졌고, 이를 되살리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이 전혀 없는 정치적 포퓰리즘의 산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의협이 지적하는 부실 의과대학에 대한 국비 낭비 우려는 과거 선례도 있는 만큼 당정의 꼼꼼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내과 전문의는 "생명을 다루는 의사 양성은 단기적인 목표 보다 꼼꼼한 설계를 통한 장기적 안목의 정책이 필수적"이라며 "제 2의 서남의대 사태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의과대학 신설 보다는 기존 의과대학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데 힘을 쏟는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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