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10일 소상공인연합회 회원들이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화를 촉구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장수영 기자
최저임금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수년째 공회전 중인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의도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말 그대로 최저임금을 업종별, 지역별, 연령별 등으로 구분해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불황의 피해가 큰 업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어 경영계는 그동안 줄기차게 도입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노동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데다 정부도 난색을 표하고 있어 실제 제도가 적용되기까지는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되풀이되는 차등적용 논쟁

차등적용 논쟁에 불이 붙은 건 문재인정부 초반 최저임금이 급격히 상승하면서부터다. 기존까지는 한자릿수의 인상률을 유지해오던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8년 16.4%로 껑충뛰었고 2019년에도 10.9%로 두자릿수를 유지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염두에 둔 인상률이다.


올해 인상률이 2.9%로 크게 축소되긴 했지만 지난 3년간 누적 인상률이 30%를 넘어선다는 점에서 지불능력이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중소기업과 영세사업자,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업종별 차등적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올해에도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논의에 앞서 차등적용 방안을 두고 표결을 실시했지만 반대표가 더 많아 도입이 무산됐다.

경영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중소·영세사업자가 인건비 상승을 감내하기 어려운 만큼 반드시 차등적용을 도입해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종별로 기업의 지불능력, 근무강도, 생산성에 있어 차이가 존재함에도 모든 업종에 단일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은 차등적용의 법적인 근거를 이미 갖추고 있다. 최저임금법 4조는 ‘최저임금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최저임금법이 도입된 첫해인 1988년에는 차등적용이 시행됐다.


당시 식료품, 섬유, 신발 등 12개 업종을 저임금그룹으로 묶고 석유, 화학, 철강, 기계 등 16개 업종을 고임금그룹으로 묶어 최저임금을 따로 적용했다. 하지만 산업별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객관적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1989년부터는 전국 단일 최저임금을 적용해왔다.

반면 선진국은 지금도 지역·업종·연령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연간매출과 거래규모가 50만달러 이상인 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연방정부가 최저임금을 정하면 주별로 지역과 산업 특성에 맞게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캐나다도 주정부의 자치 권한으로 최저임금을 주별로 다르게 결정한다.

호주 역시 지역별·업종별·연령별로 차등적용하고 있으며 장애인과 20세 이하 도제 및 견습 근로자는 특례대상에 포함된다. 단일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도 특례와 적용제외대상을 통해 연령별·업종별로 차등적용하고 있다.


반대 만만치 않아… 정부도 난색

조경엽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적용하면 특례업종으로 지정된 업종의 최저임금 증가율이 낮아지고 최저임금이 높은 업종에서 해고된 근로자가 특례업종으로 이동해 재취업할 기회가 확대된다”며 “업종별 수용성이 높아져 물가상승, 내수와 수출둔화, 성장둔화, 고용감소라는 악순환을 끊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부작용을 막겠다고 국민세금을 투입하고 관련 시장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의 제도개선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노동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최저임금이 낮게 정해진 업종은 ‘저임금업종’으로 낙인찍혀 근로자 간 불평등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심화시키고 지역 간 불균형을 심화시켜 국민통합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업종 선정 문제와 업종 간 갈등으로 인해 고용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 보호제도이지 고용주 보호제도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업종별 구분은 최저임금을 통해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절대적 기준과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난색을 표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미 수차례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현실적으로 적용이 어렵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낸 바 있으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중소기업·소상공인 간담회에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면 사회적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는 게 정부 입장으로 업종이나 규모별로 차등화하는 건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도입 여부보다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처럼 일괄적인 최저임금 적용보다는 경기상황이나 지역 여건, 생산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차등적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다만 이를 현실적으로 어떻게 적용하느냐의 문제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조상균 전남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논의되는 최저임금의 업종별·지역별·연령별 차등도입 주장은 본질적으로 최저임금 저하를 의도하는 것”이라며 “차등화 논의는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상정해 논의했을 때만 정당성을 가질 수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낮은 업종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최저임금을 높이기 위한 업종별 차등화 방안, 최저임금 이상의 생활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보완책 등의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