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기업의 오너3~4세가 투자를 통해 이익을 실현하고 있다. 이들이 선택한 방법은 오픈이노베이션. 투자대비 큰 성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았던 만큼 이들의 선택도 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머니S 김민준 기자

국내 중견 제약기업의 오너 3·4세가 경영에 전면적으로 나서면서 ‘돈벌이’ 수단이 바뀌고 있다. 이들은 경영실적을 위해 자체 신약개발과 같은 장기적인 투자보다 빠른 회수가 가능한 바이오 벤처에 대한 공격적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오너 3·4세를 행보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고 평가한다. 무엇보다 최근 이들의 공격적인 행보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내부 연구개발(R&D)만으로는 시간과 투자 대비 성과가 적을 수 있으며 시장의 변화를 쫓아가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제약기업 오너 3·4세가 과감한 벤처 투자를 단행해 실적을 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 벤처 투자의 첫발은 보령홀딩스의 오너 3세 김정균 대표가 디뎠다. 김 대표는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의 장남이자 창업주 김승호 회장의 외손자다. 2013년 보령제약에 전략기획실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말 보령홀딩스의 대표 자리에 올랐다. 그의 첫 행보는 보령홀딩스의 첫 해외법인 ‘하얀헬스네트웍스’(HAYAN HEALTH NETWORKS) 설립이었다. 이 법인은 미국 내 초기 단계 기술을 가진 바이오 벤처에 투자하기 위해 CVC(Corporate Venture Capital) 펀드를 조성, 보령제약으로부터 240억원을 투자받고 벤처 모색에 나선 상황이다.

동화약품은 바이오벤처와 헬스케어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했다. 실제 동화약품은 최근 3년 동안 ‘뷰노’를 비롯해 ‘비비비’, ‘제테마’ 등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에 총 130억원 규모를 투자했다. 동화약품이 이들 기업에 투자해 올린 수익률은 40% 이상으로 쏠쏠했다. 이 같은 투자의 이면에는 오너 4세 윤인호 전무가 있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윤 전무가 과거 전략기획실 근무 이력을 바탕으로 바이오 및 헬스케어 벤처·스타트업 투자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오너 3·4세의 경우 창업주나 현 회장과 같은 경영 성과를 보여준 적이 없기 때문에 빠른 성과가 나오는 곳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이 빠른 성과를 얻는 데에는 벤처 투자가 가장 적합하다고 보고 과감한 투자를 진행했다. 제약기업은 바이오 벤처에 투자해 투자사의 바이오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와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통한 막대한 수익 등을 노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경영진이 바이오벤처, 헬스케어 기업 투자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실현하고 있다”면서도 “기존 회사의 성장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도진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이 과거처럼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는 굴뚝산업(전통적인 제조업)이 아닌 투자를 통한 이익실현은 현재로선 당연한 추세다”며 “오너 3·4세가 사업 능력이 있다는 것을 주주나 주변 이해관계자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전제 아래 바이오벤처 투자는 성과를 거두는 데 매력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제약사 벤처 투자… 들여다보니
./사진=이미지투데이

이처럼 오너 3·4세의 벤처 투자가 집중되는 이유는 그동안의 성공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일부 중견 제약기업이 벤처 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성공사례를 보면 초기 비용은 적은 반면 수익률은 수십배에 달했다.

한독과 부광약품, 이연제약 등은 바이오벤처 투자로 10배가 넘는 수익을 기록했다. 부광약품은 2000년 안트로젠 설립 당시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해 15억원 출자를 시작으로 2006년까지 총 48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이후 부광약품은 안트로젠 주식을 2018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총 186만여주를 팔아 1004억원을 회수하는 등 투자 대비 20배가 넘는 시세차익을 거뒀다.
./사진=머니S 김민준 기자

한독이 제넥신 투자로 얻은 수익률도 부광약품에 뒤처지지 않는다. 한독은 2012년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로 제넥신에 330억원을 투자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당시 한독의 제넥신 매입 단가 평균은 주당 7400원이었다. 7월21일 종가 기준 제넥신의 주가는 9만7100원으로 약 13배 가량의 수익을 거둔 셈이다.

이연제약도 바이오벤처 투자로 10배에 달하는 수익을 실현했다. 이연제약은 2004년 헬릭스미스(구 바이로메드) 유상증자 참여로 약 98억원 지분을 매수했다. 이후 2018년 그동안 보유하고 있던 헬릭스미스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당시 이연제약이 헬릭스미스 주식 처분으로 남긴 수익은 1103억원에 달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약기업이 신약개발보다 오히려 투자 후 회수에만 눈을 돌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벤처 투자는 현재로선 제약사와 벤처 모두 윈윈(WIN-WIN)인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다”며 “벤처기업은 부족한 연구자금을 확보해 안정적인 연구개발에 매진할 수 있고 제약사의 경우 이들을 잘 키워 바이오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거나 엑시트를 통해 투자금 회수도 가능하기 때문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