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는 비판을 받은 여가부가 다음 주 이틀에 걸쳐 서울시 현장점검에 나선다. 조직 내 2차 가해 발생현황도 점검대상에 오른 가운데 서울시 외부에서도 2차 가해를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24일 서울시 성희롱·성폭력 예방조치 등에 관한 현장점검을 28일과 29일 이틀 동안 실시한다고 밝혔다. 여가부는 서울시에서 발생한 성희롱·성폭력 사건에 관한 재발 방지대책 수립과 이행조치 실행 여부를 점검하면서 동시에 조직 내 2차 피해 발생현황도 살펴볼 계획이다.
여가부가 뒤늦게 2차 가해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온·오프라인상에서는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발한 전직 비서를 향해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정치권으로도 2차 가해를 놓고 여야 대립각이 깊어지면서 논란은 오히려 확산하는 모습이다.
정의당은 이날 박 전 시장 사태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명확한 입장을 낼 것을 촉구하면서 현재 2차 피해가 난무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반면 손혜원 전 열린민주당 의원은 전날(23일) 박 전 시장의 업무용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성추행 피해자 측 제보로 해제된 것을 두고 의문을 제기했다.
손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박시장님 아이폰 비번(비밀번호)을 피해자가 어떻게 알았을까"라고 적은 뒤 2차 가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재차 글을 올려 "유족의 피해는 2차 피해가 아니다? 왜?"라고 밝혔다. 온라인상에서는 피해 비서가 비밀번호를 알게 된 경위를 문제 삼으며 자작극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침묵을 깨고 성범죄 피해를 얘기하는 여성이 있을 때마다 항상 2차 가해를 유발하는 언행이 있었다"면서 "이번 사건 같은 경우 정치적 진영 프레임으로 문제를 보면서 정치적 음모론도 존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2차 가해 논란은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변호를 맡은 변호사와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들로 퍼져나가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피해자 지원단체들이 두 차례에 걸쳐 기자회견을 열고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했지만 주장을 뒷받침할 명확한 증거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전날(23일) 페이스북을 통해 성추행 특성상 물증확보나 증거제시는 쉽지 않다면서도 "주장한 대로 4년 동안 지속된 성추행이라면 물증 확보에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다"라고 말했다. 피해 비서가 여러 차례 주변에 호소한 만큼 확보된 물증이 있을 것이고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초점은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사실 여부가 아니라 그건 이미 기성사실로 전제해놓고 이것이 가능한 구조적 조건으로 이동했다"면서 "1차 가해가 확정된 바 없는데 2차 가해를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라고 비판했다.
한편에서는 피해자 지원단체를 향한 비판이 이어지면서 변호인을 공격하는 것도 2차 가해 범주에 포함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윤김 교수는 "피해자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을 때 많은 사람이 공격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공격 범위가 일종의 김 변호사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중들이 끊임없이 피해자 신상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면서 김 변호사에게 엄청난 공격을 가하고 있다"라며 "피해 비서를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는 것을 김 변호사 공격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을 때 이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연장선 안에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이 수사기관으로 넘어간 만큼 경찰·검찰 수사를 지켜보면서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2차 피해 발생을 최소화할 방법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변호사는 "가해자가 누구인지에 따라서 피해자 중심주의가 왔다 갔다 해서는 안 된다"면서 "피해자를 중심으로 하되 수사기관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나 고인이 되신 박 전 시장이나 어느 분을 위해서도 이런 논란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수사기관 수사를 지켜보면서 결과를 기다리는 성숙한 태도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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