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은영 작가 = 안녕, 언니야.
요새 방송가는 '싹스리'(유재석 이효리 비가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통해 결성한 혼성그룹)가 훑고 있더라. 누가 봐도 이 그룹의 '얼굴'은 이효리일 거야. 유재석과 비를 찜 쪄 먹는 '쎈 언니'이자 귀촌한 민박집 안주인, 카리스마와 어리바리를 오가는 모습은 컴백할 때마다 전성기의 역사를 새로 쓰는 그 만의 저력이지.
그가 화사, 제시, 엄정화와 함께 스팟성 걸그룹 '환불원정대'를 결성한다는군. 한 사람씩 눈만 흘겨도 등골이 서늘할 판에 넷이서 한 방에 레이저빔을 쏘겠다니 이건 뭐 쎈 언니 결정판이네. 시청자 입장에선 방송 도중 우연한 발화가 시초일지, 밑그림을 바탕으로 했을진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건 이효리가 당긴 활시위이야.
그는 소통을 최소화한 자기만의 삶에 오롯이 머무는 것 같았어. 결혼과 함께 직행한 목가적인 제주 살이, 상업광고를 중단하고 유기견 보호 캠페인에 앞장서는 활동가서의 면모, 짧지 않은 공백. 12cm 하이힐에서 내려와 민낯의 이효리에 충실한 시간들이었을 테지.
환불원정대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방점들을 연결고리 삼아 탄생했을 거야. 자기 삶에의 성찰이 없다면 타인과의 연대가 이뤄질 수 없어. 자신을 받아들이고 더 나은 방향으로 살아가려는 노력을 해본 사람만이 타인을 이해와 존중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거기에 '예' 또는 '아니오'라고 작더라도 분명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의외로 바뀌는 게 많아. 동물을 보호하고 환경파괴를 염려하면서 아름다운 지구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존재로 살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틈틈이 결혼하고 춤추고 노래하면서, 아니면 연애하고 공부하고 돈 벌면서, 아니면 뭐든지.
그가 소환한 세 명 모두 각자 영화개봉과 신곡발표로 활동을 앞두고 있긴 해. 연예계 셈법이 분명 존재하지만 일단 그 넷을 엮은 '촉'이 재미있잖아. 8시뉴스에만 안 나왔을 뿐 산전수전의 대명사들이니 파괴력이야 말해 뭐해. 공연장 문에 자물쇠가 걸리고 객석에 먼지만 쌓여가는 요즘이잖니.
광장이 폐쇄된 시대에 사람들을 TV와 SNS로 불러 모아 위로하고 연대하는 방식. 환불원정대는 이효리여서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봐. SNS로 확산 중인 '여돕여' 즉 여자를 돕는 건 여자들이라는 의미의 #womensupportwomen 해시태그도 이와 무관하지 않지.
페미니즘은 학문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깊이 탐구되는 주제지만 많은 여성학자가 강조하듯, 거창한 담론보다는 소소한 움직임이 확장할수록 힘이 세져. 쉼 없는 연구와 개별적인 목소리가 종과 횡으로 만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거야.
동명영화의 원작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보그(Vogue)지 섭외를 받고 쩔쩔매는 절친(캐리)을 위해 인맥을 총동원한 사만다가 촬영 당일 멋지게 카메라 앞에 선 캐리를 바라보면서 하는 말, "Isn't She Fabulous?" /안은영 작가. 기자에서 전업작가로 전향해 여기저기 뼈때리며 다니는 프로훈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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