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산재사망자 유족을 특별채용하게 한 노동조합 단체협약 규정은 유효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이 사건을 접수한지 3년11개월만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27일 업무상 재해로 숨진 이모씨의 유가족이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단체협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단체협약이 헌법이 직접 보장하는 기본권인 단체교섭권의 행사에 따른 것이자 헌법이 제도적으로 보장한 노사의 협약자치의 결과물이라는 점 및 노동조합법에 의해 그 이행이 특별히 강제되는 점 등을 고려하여 법원의 후견적 개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조합원이 업무상 재해로 사망하는 등 일정 사유가 발생하면 사용자가 사망조합원의 직계 가족을 채용하기로 하는 협약을 체결한 경우,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 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상규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업무상 재해에 대해 추가적 보상을 정한 것으로 중요한 근로조건에 해당한다"며 "정년퇴직자나 장기근속자의 자녀를 특별채용하는 것과는 달리 사망자의 희생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고, 가족 생계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약자를 보호 또는 배려하는 배려하는 목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스스로 의사에 따라 조항에 합의한 점, 유족들은 공개채용에서 우선 채용되는 게 아니라 별도의 절차를 통해 특별채용되고 숫자도 매우 적은 점 등을 감안하면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회사의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기택·민유숙 대법관은 "현대·기아차는 공정한 방식으로 채용절차를 수행할 사회적 책임을 부담한다"며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그러한 책임을 저버리고 구직희망자들의 지위를 거래의 대상으로 삼은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 대법관 등은 "나이가 많은 직계존속이나 배우자, 신체적 결격사유가 있는 유족은 특별채용의 혜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므로, 결국 직계비속이 특별채용의 혜택을 받게 될 것인데, 비혼 1인 가구나 직계비속을 두지 않는 부부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도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벤젠에 노출된 상태로 기아차에서 근무하다가 현대차로 전직해 일하던 중 업무상 재해로 사망했다.

이씨 유가족은 '조합원이 산업재해로 사망할 경우 결격사유가 없는 직계가족 1명에 대해 요청일로부터 6개월 내 특별채용' 하도록 하는 단체협약 규정을 근거로 자녀 1명을 채용해달라고 주장하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하지만 1,2심은 "해당 단체협약 규정은 사용자의 채용 자유를 현저히 제한하고, 취업기회 제공의 평등에 반하며, 산재유족 생계보장은 금전지급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 "민법 103조가 정하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단하고 1억여원의 손해배상금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유가족은 불복해 상고했다.

과거 많은 기업들이 소속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하거나 장해를 입은 경우 그 근로자의 가족을 특별채용하는 내용의 단체협약 조항을 뒀다. 대법원은 이 사건이 노동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전합 판결은 산재 유족 특별 채용 조항이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가 될 수 있는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향후 유사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지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이 사건에서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의 자녀를 우선채용하는 단체협약에 대해 판단한 것은 아니다"라며 "그에 대한 소송이 제기된다면 효력에 다툼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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