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두 달전, 지인을 가장한 어느 대화방의 덫에 걸렸다. A군의 호기심과 부주의는 ‘몸캠피싱’(음란영상을 미끼로 금품을 협박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로 이어졌다. 익명의 그들은 몸캠 교환 대가로 금품을 요구했다. 이것도 거짓이었다. 부모나 경찰에 신고를 못하게끔 윽박지른 그들은 A군이 돈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알바’를 택하도록 점찍어 둔 것이다. A군의 음란영상물 사이트 홍보가 그것이었다.
성 착취물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인 'n번방' 사태가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특히 아동 및 청소년 등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다수의 음란영상물이 제작 판매된 것으로 밝혀졌다. 주범과 공범, 그리고 이를 거래한 대화방 회원까지 철퇴가 가해지고 있다.
n번방 사태에 앞서 몸캠피싱을 들여다보고 A군의 사례처럼 어둠에 갇힌 청소년들을 빛의 세계로 이끈 이가 있다. 올해 설립 3년차를 맞이한 한국사이버보안협회의 김현걸 회장(32)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사이버보안협회는 ▲아동 청소년 성관련 불법콘텐츠 피해 상담 ▲관련 자격검정시험 ▲사이버보안 교육 강의 ▲사이버피싱(몸캠피싱·리벤지 포르노) 상담을 목적으로 2017년 설립됐다. A군처럼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26일 만난 김 회장은 “요즘 더 바빠졌다”고 했다. 왜 그럴까. 김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아동이나 청소년 상대의 몸캠피싱이 증가하고 있다”며 “온라인 수업을 위한 스마트 기기 확산이 청소년들의 디지털 성범죄 노출을 키웠다”고 운을 뗐다.
김 회장의 설명대로 몸캠피싱 피해 사례는 실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협회에 접수된 아동·청소년 몸캠 피싱 피해 사례는 250건이었던 반면 올해 상반기는 2배 이상 증가한 570건을 기록했다”며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이들이 스마트기 기에 빠진 나머지 피해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회장이 청소년 몸캠피싱에 집중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과거 피싱이 일방적이고 물리적인 것이었다면 요즘은 악성코드에 기반해 당사자는 물론 지인정보까지 빼내서 악용한다”면서 “특히 청소년을 상대로 음란물과 피싱이 결합할 경우 극단적인 선택 등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몸캠피싱의 속성 상 부모나 경찰에게 알리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짙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김 회장은 “디지털 성범죄에 있어서 청소년 비중이 40% 이상”이라면서 “아동 청소년의 경우 공적으로 도와주면 좋겠다는 뜻을 모아 협회를 설립했고 수사기관 쪽보다 많은 양의 피해 접수를 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해결 사례는 어떨까. 수사기관과 힘을 모은 협회는 다수의 몸캠피싱 사건을 해결하고 있다. 김 회장은 “매우 민감한 문제여서 한 건의 상담전화에만 2~3시간이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수사기관 신고 등 사안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데 스마트기기 초기화 예방처럼 증거수집에 집중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증거가 제대로 수집돼야 수사기관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고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사후 처방보다는 사전 예방을 강조했다. 그는 피해로부터 청소년을 구하는 것도 시급하지만 교육적인 차원에서 예방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지털 성범죄 교육 전문가가 드문 환경에서 교육단위 중심의 인재를 양성하는 사업을 펼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일례로 협회는 지난 6월 경기 고양시·고양교육지원청과 청소년 성범죄 근절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청소년 성범죄 예방 및 교육 지원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교직원을 상대로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을 하는 것이 골자다. 협회는 교육 이수자들에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가 사이버보안지도사 자격증을 발급한다.
김현걸 회장은 “고양시와의 협약은 협회의 첫 사례”라면서 “코로나 악조건에서도 올해까지 최대 100명의 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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