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자동차 라이벌 르노와 푸조의 전기차가 한국에서 격돌한다. /그래픽=김민준 기자 르노 ‘조에’(ZOE)가 연일 화제다. 르노삼성자동차가 프랑스에서 직접 수입해오는 소형 전기차를 2000만원대에 살 수 있다는 소식에 많은 관심이 쏠린 것. 자동차업계에서는 테슬라의 보급형 차종인 ‘모델3’를 넘을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마저 드러냈다. 하지만 테슬라 모델3와의 격차는 분명하다. 조에의 진정한 라이벌은 같은 유럽 출신의 ‘푸조 e-208’이다.
르노 조에. /사진제공=르노삼성자동차
━
프랑스 대표 브랜드의 격돌
━
르노와 푸조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동차회사다. 이들 회사의 제품은 프랑스와 유럽에서 항상 비교대상으로 거론된다. 르노 조에와 푸조 e-208도 브랜드의 국적 외에 차의 크기·성능·가격 등 닮은 구석이 많다. 심지어 국내 출시 시점도 비슷해 유럽에서의 경쟁이 한국에서도 이어진다.
8월18일 국내 출시된 르노 조에는 ‘유럽 누적 판매 1위 전기차’라는 타이틀을 앞세운다. 2012년 첫 출시 이후 올해 6월까지 약 21만6000대가 팔린 베스트셀링카다. 국내 출시된 3세대 부분변경모델은 지난해 10월 유럽에 먼저 공개된 뒤 12월부터 고객 인도를 시작했다. 올 상반기 유럽에서 3만7540대가 팔렸다.
이보다 앞서 7월21일 국내 출시된 푸조 e-208은 7년 만에 완전변경 모델로 거듭난 ‘208’의 전동화 모델이다. 지난해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됐고 기술력과 디자인을 인정받아 ‘2020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 고객 인도는 2019년 10월부터 시작했고 올 3월까지 약 1만6500대가 판매됐다. e-208의 생산공장은 스페인이다.
르노삼성차에 따르면 르노 조에는 올해 1000대 수입물량을 확보한 상태지만 현지 생산 사정 탓에 한 번에 다 들여오진 못했다. 푸조의 수입사 한불모터스는 e-208의 초도물량인 150대를 이미 다 팔았고 본사와 추가 물량 확보를 놓고 조율 중이다. 이르면 10월쯤 추가 물량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푸조 e-208 /사진제공=한불모터스
━
조에 vs e-208
━
조에와 e-208은 소형 해치백 차종이다. 넉넉한 실내공간을 앞세우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운전하기가 편한 점과 다용도로 쓸 수 있는 ‘실속’을 강조한다.
조에의 길이×너비×높이는 4090×1730×1560㎜, 휠베이스는 2590㎜다. e-208는 4055×1745×1435㎜며 휠베이스는 2540㎜다. 두 차종 모두 4미터를 약간 넘는 길이에 폭이 1.7미터 정도다. 휠베이스도 큰 차이가 없다. 골목을 지날 때나 좁은 지하주차장에서도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크기다. 무게는 조에 1545㎏, e-208 1510㎏으로 조에가 35㎏ 무겁다.
전기차인 만큼 한 번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도 중요한 비교요소다. 조에의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국내기준 309㎞, e-208 244㎞로 조에가 앞선다. 실제 주행환경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유럽 국제표준시험방식(WLTP) 기준으로는 조에 395㎞, e-208 340㎞다.
배터리 용량은 조에가 54.5㎾h(킬로와트시, 시간당 낼 수 있는 용량)이며 e-208은 50㎾h다. 조에는 한국의 LG화학 배터리를 적용했고 e-208은 중국 CATL 제품을 쓴다. 충전방식은 급속 7핀 DC콤보, 완속 AC 5핀으로 같다.
두 차종 모두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배터리를 차 하단에 배치해 무게중심이 낮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핸들링 성능을 자랑한다는 게 두 회사의 공통된 설명.
르노 조에와 푸조 e-208 제원비교 /자료제공=각 사
━
어떤 차 고를까?
━
국내출시가격은 조에가 저렴하다. 총 3개 트림으로 나뉘며 기본형인 ‘젠’은 3995만원, ‘인텐스 에코’ 4245만원, ‘인텐스’ 4395만원이다. e-208은 2개 트림을 운영하며 가격은 ‘알뤼르’ 4100만원과 고급형 ‘GT라인’ 4590만원이다.
환경부와 지자체의 구매보조금을 받으면 두 차종의 기본트림은 모두 2000만원대로 낮아진다. 르노 조에를 서울에서 사면 환경부 국고 보조금 736만원과 시 보조금을 합해 최저 2809만원에서 시작한다. 경기도에서는 최저 2659만원이 든다. 푸조 e-208은 서울에서 국고보조금 653만원과 지자체 보조금 450만원을 합해 지원받으면 2997만원에 구입 가능하다. 경기도에서는 2947만원이다. 가격 면에서는 르노 조에가 우위다.
하지만 탑재된 안전 및 편의장비는 e-208이 앞선다. 특히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e-208의 압승이다. e-208은 주행 중 차선을 넘어서면 운전대를 돌려 바로잡아주는 ‘LKA’ 기능과 저속 주행 시 앞차나 보행자와 충돌이 예상될 때 스스로 멈춰 서는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ASB)가 기본사양이다. 고급형인 GT라인은 정차 후 출발까지 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ACC)이 적용된다. 차로 중앙을 유지해주는 기능과 합해 레벨2 수준의 반자율주행이 가능한 셈이다.
르노삼성은 철저히 가격과 서비스를 앞세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조에는 생애 첫차로 전기차를 고민하는 분이라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라며 “전국 460여개 네트워크에서 기본 정비가 가능하며 전기차만의 문제도 125개 서비스센터에서 해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푸조는 첨단기능이 탑재된 점을 강조한다. 한불모터스 관계자는 “최신 전기차의 트렌드에 따라 첨단기능이 탑재된 점과 내연기관차와 다르지 않은 실내공간이 208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