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가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삼성 불법승계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0.9.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박승희 기자 = 검찰이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외부전문가들의 불기소 권고를 무시하고 1일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겨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는 지난 6월26일 이 부회장과 김종중 삼성 옛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삼성물산에 대해 불기소 권고 의견을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했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입증이 쉽지 않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져 삼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18년 1월 제도 도입 뒤 열린 8차례 심의위 권고를 모두 따랐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까지 청구할 만큼 기소의지가 강했던 수사팀의 부담은 적잖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심의위 결정은 권고적 효력만 가져 검찰이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이에 수사팀은 심의위 권고 취지를 존중하고 숙고해 두달여 수사 내용과 관련 법리를 전면 재검토하며 수사상황 전반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수사팀과 견해를 달리하는 전문가를 포함해 30여명의 외부 법률·금융·경영·회계 전문가 의견을 광범위하게 듣고 그 과정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기록·정리했다"고 밝혔다.


이어 "상법·자본시장법 및 경영·회계학 전공 교수들 의견에 따라 미전실 및 삼성물산 경영진이 합병 과정에 물산 주주 이익보호 의무를 위배한 점을 배임 행위로 의율(법률 적용)했다"고 부연했다.

이사들이 회사나 주주 이익이 아닌 그룹 총수 이익을 위한 합병임을 명확히 알면서도 찬성 결의를 한 것은 선관의무·충실의무 위반에 해당하고, 자본시장법 178조1항1호(부정한 수단·계획·기교 사용)는 포괄금지규정으로 도입된 입법취지에 비춰 이 사건 적용이 적정하다는 의견도 적극 반영했다. 자사주의 경우에도 자본시장법 176조 시세조종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면 시세조종 범행이 성립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었다.

회계부정과 관련해선 현행 회계기준이 '원칙 중심 회계'라도 회계방식을 임의 선택할 수는 없고,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사후처리를 위한 고의적 분식회계에 해당한다는 전문가 의견을 참조했다. 공소장에 전문가 의견은 인용이 아니라 범죄사실 재구성, 조정, 범위 축소 등에 반영됐다고 한다.

다만 "금융위 고발 과정에 고발대상이던 분식회계 등에 관여한 회계법인 관련자 추가기소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검찰 내부적으로는 금융수사 등 경험이 풍부한 부장검사들 논의를 거쳐 의견을 수렴했다. 이 회의 참석자들은 일주일에 거쳐 범죄사실을 비롯한 1200쪽 이상 주요수사기록을 사전 검토했고, 이 부회장 등 기소와 사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일치를 봤다.

검찰은 "내외부 의견 청취 결과 기업집단의 조직적 자본시장질서 교란 범행으로 사안이 중대하고, 객관적 증거로 입증되는 실체가 명확하고,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으로 사법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고, 총수 이익을 위해 투자자 보호의무를 무시한 배임행위 처벌 필요성이 높은 점을 종합해 주요 책임자 기소가 필요하다는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필요성을 심사한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피의자의 책임 유무 및 정도는 재판과정에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기각사유를 밝힌 점도 언급했다. 검찰은 기각결정 취지가 "피고인들 책임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풀이했다.

다만 검찰은 "일부 기소범위를 조정하는 등 심의위 권고취지를 최대한 반영해 사건을 처리했다"고 덧붙였다. 현재는 전직이거나 고문이지만 당시엔 고위직이던 이들은 기소하되, 당시 하위직이었으나 현재 현직인 이들은 "내부검토 뒤 불기소 (처분으로) 반영했다"는 것이다.

이복현 부장은 "사건처리 관련 구속영장 청구 단계 등에서 중앙지검과 대검 사이 내부 논의가 있을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최종적 결정에서 이견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검찰이 스스로 도입한 제도를 무력화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 부회장 기소로 그간의 '심의위 권고 수용' 전례는 처음 깨졌다. 또 검찰은 '채널A 사건' 관련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하라는 심의위 권고도 따르지 않고 있다.

심의위 권고가 무의미해지며 제도 자체에 대한 손질도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 사건은 방대하고 복잡한 특성 탓에 심의위 안건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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