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시내 한 전통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20.9.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원태성 기자,이밝음 기자 =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청탁금지법(김영란법)상 선물 허용 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일부 상인들은 단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소상공인들은 장기적으로는 큰 도움이 안 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공직자 등이 예외적으로 받을 수 있는 농축수산물·농축수산가공품 선물가액 상한액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된다. 올해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이번 조치의 기간은 10일부터 추석연휴가 끝나는 10월 4일까지이다.

이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풀이된다. 권익위는 "농축수산업계의 지속적인 피해 상황을 고려한 예외적인 최소한의 조정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시장 상인 같은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이 될 대책이다.


9일 <뉴스1>이 만난 상인들 가운데 일부는 다소 기대감을 드러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전복이나 굴비 등을 취급하는 이명호씨(40대·가명)는 "전복의 경우 1㎏에 8만원인데 선물용으로는 크기가 작아 구색이 안 맞는다"며 "20만원으로 한도를 올려주면 구색 맞추기로도 괜찮아 조금은 발길이 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명절에는 백화점 같은 곳에서는 사용하지 못하는 지역화폐나 온누리 상품권이 많이 들어온다"며 "이번 추석에는 온누리상품권이 더 많이 배포되면 전통시장에 도움이 될 거 같다"고도 했다.

해산물을 판매하는 송길란씨(50대·가명)도 "해산물 선물은 10만원으로 살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며 "큰 도움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조치에 반신반의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킹크랩을 판매하는 50대 A씨는 "킹크랩은 1㎏에 6만원인데 이거 달랑 하나 보내면 선물처럼 보이겠냐. 이번 조치가 손해는 아닐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찔끔 도와준다고 지금 같은 상황에서 뭐가 달라지겠냐"고 반문했다.

김영란법에 대해서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개별 상품 가격에 대한 고려 없이 한도를 일괄적으로 잡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 같다"며 "법을 바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9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백화점 식품관 추석선물 코너에서 한 시민이 소고기 선물세트를 살펴보고 있다. 2020. 9. 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수삼을 판매하는 임모씨(82)도 "수삼 같은 것을 포장하면 20만원짜리 선물세트가 나올 수는 있겠다"면서도 "20만원짜리를 선물하려는 사람들은 대체로 백화점을 가지 이쪽으로 오지 않는다"며 회의적인 목소리를 냈다.
상인들은 선물 상한액 완화보다 다른 조치가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종로구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모씨(38)는 "워낙 경기가 안 좋은데 사람들이 20만원짜리를 구매할 것 같지 않다"며 "큰 영향은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수입은 없는데 월세나 세금 같은 고정 지출이 계속 나가는 것이 큰 부담이라는 그는 "종합소득세 같은 세금을 감면해주는 것이 나을 것 같다"며 "실질적으로 와닿는 정책이 없다"고 호소했다.

정육점 사장 박모씨(52)도 "2.5단계 때문에 주변 낙원시장도 다 문 닫고 이대로면 망할 것 같은데, (김영란법 완화가) 솔직히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박씨도 김씨처럼 고정 지출에 대한 부담을 토로했다. 그는 "소상공인들은 월세나 임대료가 가장 큰 문제인데 이번 조치는 피상적인 정책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나만해도 작년까지 하던 거래처 선물을 생략할 생각인데 누가 선물 세트를 구입할지 모르겠다"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어 박씨는 "전에 소상공인 대상으로 시행된 혜택을 신청해보려니 얼마나 어려웠는지 모른다"며 "정치인들은 배가 안 고파서 모른다. 유명무실한 이야기이고 보여주기 위한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상인들은 코로나19 종식 전까지는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며 울상을 지었다. 정육점의 김씨는 "2.5단계 시행 이후에는 매출이 급감했다"며 "결국 코로나19를 잡아야 그 후에 좋아질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수산시장의 한 상인은 "지원금을 계속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손님에게 강매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기자양반이 봤을 때는 뭐가 우리한테 도움이 될 거 같냐"며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확실히 해 일상이 빨리 회복되는 것이 우리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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