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이영성 기자,김태환 기자 =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단체로 거부한 의대생들이 술렁이고 있다. 정부의 의료정책에 항의해 함께 행동했던 전공의들이 진료 복귀를 결정한 데다, 국민 여론도 의대생들에게 등을 돌리고 있어서다.
정부·여당과 합의를 통해 의사 파업 중단을 결정했던 대한의사협회까지 나서 국시 거부 의대생에 대한 구제를 강하게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두 차례나 기회를 줬음에도 의대생들이 시험을 거부하고 있는데다, 국민적 동의도 구하기 쉽지 않아 더 이상의 구제 조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의대생들이 시험 거부 의사를 철회할 경우 구제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강경 원칙만 고수할 경우 의협 등이 반발하면서 어렵게 도출한 의정 합의문이 폐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가 구제 조치에 나서려면 의대생들의 집단행동 중단이 전제돼야 한다. 결국 의대생들의 결정에 달린 셈이다. 일단 의대생들은 각 대학별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 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차원에서 대응방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까지 복귀·서울대 의대 "81% 집단행동 반대"…"더 얻을 게 없다"는 목소리도
서울대학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 학생회는 재학생 884명을 대상으로 동맹휴학 및 의사 국가고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국가고시 응시 대상자인 본과 4학년 학생들은 81%가 집단행동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더해 이윤성 국가고시원 원장은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반가운 소식"이라며 "응시생들이 의사 국시에 응시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하면 정부와 적극 논의를 해보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이 전개되자 의대생들도 상당히 술렁거리는 모습이다.
의료계 최대 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4일 일찌감치 정부·여당과 합의하고, 함께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전공의들마저 9일 업무복귀를 결정한 상황에 의대생들은 '우리가 더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1년 정도는 버틸 수 있다"는 강경 주장도 여전하다.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 콜센터에는 의대생 학부모들의 항의 및 문의 전화까지 빗발치는 상황이다.
일부 의과대학에서는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실시한 국가고시 거부 및 동맹휴학 관련 설문조사와 유사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달라진 만큼 다시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동맹휴학에 참여 중인 한 의대생은 진행중인 설문조사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며 "의대협의 전제적인 의견이 정해지면 그에 따를 것"이라고 전했다.
◇강경한 정부 "형평성 위배"·여론도 "구제 반대…내년 공보의 수급은 '우려'
여전히 정부는 원칙적인 입장이다. 의대생들 스스로 응시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구제책은 의미 없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접수 마감일을 지난 8월31일, 9월4일 두 차례나 연기한 바 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국가시험은 수많은 직종과 자격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치르고 있기 때문에 국가시험의 추가접수는 다른 이들에 대한 형평과 공정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며 "국민들의 동의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정부로서도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고 밝혔다.
여론의 상황도 의대생들에게 썩 좋지 않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8일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국가고시 미응시 의대생을 구제하는 데 대한 입장을 묻자 반대한다는 응답이 52.4%를 기록했다.(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4.4%p)
다만 의대생들의 응시거부가 이어지면 당장 내년 일반의 수급과 공중보건의 수급 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정부로서도 고민은 남아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의대생들의 응시거부로 공중보건의 300명 내외의 인력 소요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는 "배치 축소 등으로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마냥 눈 감고 있기만은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의협 역시 정부를 향해 의정 합의 배경에는 의대생들의 구제가 전제된 사안이라며 지속적으로 의대생 구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9일 회원 및 의대생들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국가고시에 응시하지 않는 학생에 대한 구제책은 정치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며 "의정 합의는 아쉬움이 남더라도 전례 없는 우리의 성과다. 소중한 성과를 의료계 내부 분열로 무위로 돌아가게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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