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진료 도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은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의사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이상훈)는 10일 임 교수의 배우자 신모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사자인정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임 교수는 진료실을 빠져나가면서 간호사에게 '도망가'라고 말했고, 이동후 바로 뒤를 돌아봐 동태를 살피고, 간호조무사에게 손짓을 하며 '신고해! 도망가!'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임 교수가 가해자 박모씨(30)의 주의를 끌어 계속해 박씨의 공격행위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행위가 위급한 상황을 알려 박씨의 공격행위에 적절히 대비할 수 있도록 하고 경찰에 신고 등 조치를 취하도록 함으로써 타인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상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임 교수가 간호사에게 도망가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간호사를 박씨가 공격하는 동안 임 교수가 대피할 수도 있는데도 간호사에게 위험한 상황임을 알린 점, 사건 발생에 11초밖에 걸리지 않은 상황에서 위험 상황을 알리는 것 외에 다른 구조행위가 사실상 불가능 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임 교수의 행위가 최선의 행동이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설령 임 교수의 행위를 직접적·적극적 구조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이는 통상적 구조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구조행위 개시 직후 범행을 당해 직접적·적극적 구조행위로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떄문에 직접적·적극적 구조행위와 밀접한 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2018년 12월31일 오후 5시께 임 교수의 환자인 박씨가 진료 도중 흉기를 꺼내 임 교수를 공격했다.
임 교수는 일단 옆 진료실과 연결된 문을 열어 피한 뒤, 옆 진료실에서 복도로 통하는 문으로 나와 달아났다. 이 과정에서 진료실 문 앞에 있던 간호사에게 "도망치라"고 외치며 다른 의료진의 안전을 계속 확인했다.
병원복도의 폐쇄회로(CC)TV 화면에는 반대편으로 도망치던 임 교수가 돌아서서 간호사가 무사히 피했는지를 확인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 순간 박씨가 다가오자 임 교수는 다시 몸을 피했지만, 복도에서 넘어지면서 박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목숨을 잃고 말았다.
유족은 보건복지부에 임 교수를 의사자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으나, 보건복지부는 유족 측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임 교수가 의사자 요건 중 '적극적·직접적 행위'를 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불인정 처분을 했다. 이에 유족은 법원에 소송을 냈다.
임 교수를 살해한 박씨는 지난 5월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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