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혁 KB국민은행 자본시장부 딜링룸 부장/사진=KB국민은행
한국 자본시장의 파수꾼인 딜러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KB국민은행 딜러는 오전 9시 서울 유가증권시장과 외환시장이 문을 열면 주식·펀드·파생상품·원/달러 환율 거래를 살핀다.
오후 3시30분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이 문을 닫으면 오후 4시 런던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을 점검한다. 다음날 새벽 5시반 런던 데스크에서 보내는 시장 상황을 보고 하루 일과가 끝난다.

딜링룸은 딜러가 고객의 주문을 자본시장에 연결하고 업무를 처리하는 곳으로 주로 외환과 채권 등을 다룬다. 기업·기관·투자자 등 고객의 자본시장 접근 통로가 되어줌으로써 ▲FX거래 ▲자금조달 ▲투자 ▲헤지 등 각종 금융서비스 수요를 해소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국 자본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외 투자자가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국민은행 딜러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4시간 불 켜진 딜링룸, 코로나 위기 대응
강민혁 KB국민은행 자본시장부 딜링룸 부장은 새벽 5시 런던지점에서 보낸 글로벌시장 현황과 포지션별 손익·리스크 그래프를 보고 오전 8시부터 영국과 미국·중국·일본 등 국내·외 지역 채권·외환·파생상품 등의 거래 흐름을 살핀다.

오전 8시30분 장이 시작되기 전에 직원들과 FX·채권·이자율파생·주식파생·외화채권 등 상품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 전체 포트폴리오를 점검한다. 딜링룸은 ▲국고채 전문딜러 ▲이자율 스와프 ▲이자율 옵션이 한 팀으로 구성됐다. 유기적으로 시너지를 일으켜 한 팀에서 채권과 이자율 파생상품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
모니터를 주시하는 KB국민은행 딜러/사진제공=KB국민은행
강민혁 딜링룸 부장은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이 오르지만 반대로 통화스와프나 FX스와프는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자본시장에서 채권과 외환은 서로 다른 리스크를 가지고 있어 시시때때로 변동성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금융시장은 코로나 여파에 크게 흔들렸다. 지난 3월 안전 자산인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원화 통화스와프(CRS)금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CRS는 달러와 원화를 교환할 때 적용하는 원화 고정금리로 CRS가 거의 전구간 마이너스라는 사실은 금융시장이 극심한 달러 부족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당시 증권가에선 외국인의 자본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강민혁 부장은 “당시 스와프시장의 쏠림현상은 유동성 부족이 아니라 코로나 불안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며 “2008년 금융위기에 CRS금리가 크게 하락했던 경험을 한 바 있어 미국채권이나 CRS롱포지션 같은 안전자산의 비중을 늘려 위기에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외환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1160원대까지 급락하는 반면 원화가치가 단기간 급등하면서 올 하반기 금융시장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증권가에서는 원화가치의 추가 상승을 점치며 잇따라 원/달러 환율 하향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달러당 1100원 초중반대까지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민혁 부장은 “코로나는 금융위기와 달리 실물경제 위기가 금융시장으로 전이되는 형태”라며 “원/달러 환율 변수가 원화로 전이돼 하반기에는 환율 동향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트레이딩 대응, 딜러와 소통
서울 여의도 K타워 두개 층을 사용하는 국민은행 딜링룸은 국내 최초로 은행·증권·보험이 한데 모인 공간으로 세계 각국의 시장 상황을 볼 수 있는 14m 규모의 커브드 전광판이 전면을 채운다. 딜러는 전광판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각국의 금리·주가·환율 변동을 살펴본다.

국민은행 딜러가 꼽은 하반기 금융시장 이슈는 ▲코로나 장기화 ▲미국 대선 ▲미·중 갈등 등이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하반기 기준금리 동결이 예상된다. 딜러는 변화무쌍한 자본시장 흐름에 대비해 알고리즘 매매와 자동주문 등 디지털 변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알고리즘 매매는 주가의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잘 설명·예측할 수 있는 수학적 규칙(알고리즘)을 만들어 매매 시기·가격·수량 등 주문 내용을 결정하고 호가 제출까지 자동화한 거래를 말한다. 금융 데이터 분석과 종목 추천 및 보고서 작성과 같은 업무도 자동화할 수 있다.

이는 계량적 분석을 뜻하는 ‘퀀트’와도 밀접한 개념이다. 수학 통계 지식을 이용해 대량의 데이터에서 의미있는 정보를 추출해 투자에 활용하는 방법을 말한다. 대개 컴퓨터에 기반해 자동화된다.

미국에선 알고리즘을 이용한 ‘고빈도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1000분의 1초 단위로 주문을 실행해 작은 수익을 노리는 전략이다. 수익률은 낮지만 하루에도 이 전략을 수백·수천 번 이상 쓸 수 있어서 거래량으로 만회한다.

강 부장은 “해외 금융회사는 대체로 의사결정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단계로 갔지만 국내 금융회사는 도입하는 단계”라며 “고객과 비대면 접촉에서 투자가 늘어나는 만큼 디지털 시스템 구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별한 경제지표로 자본시장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며 “여전히 딜러의 생생한 목소리를 투자 결정에 참고하며 일부 자산에 편향되지 않고 여러 자산을 고루 운용하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