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원태성 기자 = "추석연휴 때 사람도 많고 딸 내외가 내려오면 위험할까봐 우리가 미리 왔어."
29일 오전 KTX 서울역 플랫폼. 추석연휴가 시작되기도 전 사위와 딸을 미리 만난 노부부 최진영(76)·차옥순(71)씨가 이른 귀향길에 오르며 말했다.
페이스실드까지 쓰고 중무장한 노부부는 "이게 (코로나19를) 좀 막아준다고 해서 안심이 돼 썼다"며 "자식들이 온라인 쇼핑으로 사줬는데 투명해서 앞도 잘 보이고 아주 좋다"고 자랑했다.
2020년 추석 귀성·귀향길이 확 달라졌다. 노부부처럼 이른 귀성·귀향길 또는 역귀성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마스크 등 각종 방역제품을 착용한 시민들이 대다수다. 코로나19가 바꾼 명절 풍경이다.
달라진 모습은 이뿐만이 아니다. 매년 설이나 추석 때 바글바글했던 KTX 역사 안은 부쩍 한산해졌다. 어깨가 닿을 정도로 인산인해였던 풍경도, 곳곳에서 요란하게 들렸던 귀성객들의 캐리어 끄는 소리도 사라졌다.
KTX 서울역 관계자는 "예전 명절 때에는 예매창구는 물론 플랫폼까지 꽉 차서 북적였는데 올해는 열차표 판매를 제한했더니 아주 한산하다"며 "예년 명절의 한 40% 수준 정도로 보인다. 평소 주말보다도 적은 느낌이다"고 말했다. KTX와 수서고속철도(SRT)는 방역을 위해 올해 추석 승차권을 절반만 판매했다.
서울 서초구 강남고속터미널 상황도 비슷했다. 예년 명절 때에는 승차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지만 이날 일부 지역행 좌석은 10석까지 남아 있는 곳도 있었다. 직원들은 "평소보다 고향 내려가는 사람들이 줄었다"고 말했다.
거리두기를 권고한 정부의 방역지침도 현장 모습을 바꿔놨다. 역사·터미널 내 명절상품을 팔던 팝업부스, 귀성 인사를 나누던 정치인들의 모습도 사라졌다. 빈 자리는 곳곳에 놓인 열화상카메라와 손소독제,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열차 내에서 음식물 섭취를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는 문구가 적힌 전광판과 알림판이 채웠다.
시민들도 스스로 거리두기를 했다. 역사 플랫폼 입장 전 손소독 대기줄에 섰을 때에는 1m씩 떨어졌다. 열차·버스 출발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이들은 대기장소에서 한 자리씩 띄워 앉았다. 나홀로 귀성객도 다수였다.
그 덕분에 감염위험도 줄어든 모습이다. 역사·터미널 내 식당에서는 대부분 거리두기를 하며 취식했다. 출입명부 작성을 건너 뛴 시민들이 이따금 보이긴 했지만 대부분 테이크아웃을 하며 머무른 시간이 적었다.
방역에 부쩍 신경 쓴 귀성객들은 이번 추석연휴 한목소리로 거리두기 계획을 밝혔다.
KTX 역사 내에서 만난 30대 노한호씨는 "설 때 고향 대전에 가지 않았는데 (코로나19 확산 중인) 이번 명절 때 가려니 약간 눈치도 보인다"며 "대신 사흘 고향에 머무르는 동안 친척들과 아무도 만남을 갖지 않기로 했다. 가족들과 지낼 예정"이라고 했다.
고향 창원행 버스를 기다리던 김욱진씨(26)도 "저번 설에도 취업준비한다고 못 내려가서 이번에 내려간다"며 "코로나19 감염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개인차량을 이용한 '자동차 귀성'도 예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추석연휴 통행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날부터 내달 4일까지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차량대수는 일평균 459만대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해 추석보다 28.5% 감소한 수준이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전국에서 479만대 차량이 고속도로를 이용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추석연휴 전날에는 전국에서 506만대의 차량이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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