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노동자의 날인 1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 열사 동상을 노동자들이 지나고 있다. 2020.5.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보고자료를 임원에게 검토받는 과정에서 제가 한 말이 무례하게 느껴졌는지 임원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당장 그만둬'라고 말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습니다. 그 길로 저는 해고를 당했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서면으로 해고를 통보하지도 않았습니다."(직장갑질119 제보 사례 중 일부)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가 사망한 지 50년이 흘렀지만 상당수의 사업장에서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전태일 50주기에 맞춰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39.9%는 '현재 근로기준법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고 4일 밝혔다.


전태일은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 내 봉제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하다 지난 1970년 11월13일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분신했다.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여성이 남성보다,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높았다. 더불어 연령대가 낮을수록, 직장 규모가 작을수록, 임금이 적을수록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응답자들은 직장 내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 근로기준법 내용으로 '노동시간 및 휴가'(51.0%, 중복응답)를 꼽았으며 이어 '임금,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퇴직금 등 임금체불'(48.0%), '모성보호'(32.8%) 순이었다.


근로기준법의 내용을 잘 알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근로기준법을 잘 모르거나 전혀 모른다고 답한 비율은 38.9%였으며, 68.6%는 학교나 직장에서 근로기준법을 배운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응답자들은 '전태일이 일하던 1970년대에 비해 2020년 노동자의 삶과 처우 개선됐는지'를 묻는 질문에 63.0%가 '처우가 좋아졌다'고 답했다.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답은 26.2%였고 3.5%는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3년간 처우 개선이 됐는지에 대해서는 '개선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51.2%로 '개선됐다'(48.8%)보다 많았다.

전태일이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한 지 5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에 대해 직장갑질119는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를 5인미만 사업장, 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에게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직장갑질119는 고용노동부 장관을 부총리로 승격할 것과 근로감독관을 증원할 것, 초·중·고등 교육과정에서 노동 관련 교육 실시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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