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개천절인 지난 3일 집회를 막기 위해 경찰이 서울 광화문 일대를 원천봉쇄하고 차량 집회까지 제한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는 반응이 많지만,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일부 보수단체들은 오는 9일 한글날에도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해 비슷한 논란이 반복될 수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방역'과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절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경찰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광장 집회 차단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개천절 전부터 '집회 불가' 입장을 피력해 온 경찰은 6일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접촉 차단 목적상 차벽 외에 다른 효율적인 수단이 없다"며 차벽이 위법이 아니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경찰은 광장집회뿐 아니라 차량집회 역시 금지 대상이라는 입장이었다. 지난달 28일 장하연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차량시위)도 일반집회와 같다"며 금지된 집회를 강행하면 당연히 제지하고 차단하는 것은 법적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글날에도 방역을 위해 집회를 최대한 차단하겠다는 것이 경찰의 방침이다. 이를 두고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개천절 집회를 준비하던 보수단체들은 경찰의 집회 금지 방침에 불복하며 법원에 집회 금지 통고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내기도 했다.
시민사회에서도 비슷한 우려를 표명한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코로나19 방역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이번 대응은 과잉으로 볼 수 있다"며 "집회 제한 인원 등 집회 방법을 제한하는 구체적인 방침에 대해서는 방역 전문가들 권고에 따른다면 집회를 허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 보수단체 관계자는 "시청이나 구청 같은 행정기관에서 주최 측과 집회 지침 마련을 위한 논의를 하겠다는 노력이 없는 것 같다"며 "행정부에서 지침을 마련하고 지침을 지키지 않는 단체에는 페널티를 부과하겠다는 약속을 마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집회가 대규모로 이뤄졌을 때 참가자가 불특정 다수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집회 규모를 관리할 수 있는 수준에서 참가자 수에 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광복절 집회 당시 소규모로 인원을 제한해 허용된 집회에 수천명의 불법 참가자들이 몰리면서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돌발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당국의 사전 대응도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방역 전문가들은 제한된 조건 속에서 집회를 일부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광복절 집회가 코로나19 전파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되니, 대면하거나 모이는 형태의 집회를 막는 것은 필요했다"면서도 "차량으로 하는 시위까지 막는 것이 옳았는지는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법원에서 차량 집회를 허용하면서 내린 제한사항을 집회 주최측이 잘 지킨다면 차량 집회가 허용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법원은 개천절 일부 집회를 허용하면서 Δ집회 참가자의 이름과 연락처를 경찰에 제공할 것 Δ한 차량에 한 명씩 차량 9대만 참여할 것 Δ차량 창문을 열지 말 것 Δ제한된 신고와 차량 이동 경로를 지킬 것 등의 조건을 제시했다.
최 교수는 "차량으로 움직이는 집회 형태가 교통에 차질을 줄 수는 있겠지만 방역 차원에서 설명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차량 안에 여러 명이 모이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개별적으로 이동하면서 코로나19 전파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차량집회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집회 역시 제한된 조건을 철저히 준수한다면 허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 교수는 "집회 전후로 모임을 갖지 않고, 식사나 음료 섭취도 금지하면서,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등의 방역지침을 준수한다면, 집회에서 하고 싶은 주장을 펴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지난 의료계 파업 당시 의사들의 집회가 모범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의사들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방역용 마스크와 페이스 실드 착용을 철저히 하고, 거리두기도 잘 지킨 결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서는 100명 이하의 인원만 참여하게 하거나, 집회 장소에 줄이나 점을 그려두고 그 지점에서만 집회를 하게 하는 등의 행정적 지침을 생각할 수 있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또한 "(지침을 어기면) 바로 해산하거나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의 조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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