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복수국적자가 만 18세가 된지 3개월이 지날 때까지 어느 한쪽 국적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 병역의무가 해소되기 전에는 대한민국 국적에서 이탈할 수 없도록 제한한 국적법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한국과 미국 복수국적자 A씨가 "국적법 제12조 제2항 등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원칙적으로 복수국적자는 만 20세 이전에 복수국적자가 된 경우 22세까지, 20세 이후 복수국적자가 된 경우 그때부터 2년 내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병역법에 따라 병역준비역에 편입된 자의 경우에는 편입된 때부터 3개월 이내 또는 병역의무가 해소된 때부터 2년 이내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한다.
대한민국 남성은 만 18세부터 병역준비역에 편입되므로, 만 18세가 되는 해 1월1일부터 3개월 내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이 기간을 지나면 병역의무가 해소된 경우에만 국적이탈을 신고할 수 있다.
헌재는 "복수국적자인 남성에 대해 국적이탈의 자유가 예외 없이 제한되는데도 불구하고, 복수국적자에게 국적선택 절차나 국적선택 기간이 경과되는 경우 발생하는 제한 등에 대한 개별통지가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다"며 "국적법은 출생 당시에 부 또는 모가 대한민국 국민인 자는 신고 없이 출생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 국적 취득 사실, 복수국적자의 국적선택 절차, 심판대상 법률조항에 따른 국적이탈 제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복수국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복수국적자의 주된 생활근거지나 대한민국에서의 체류 또는 거주 경험 등 구체적 사정에 따라 심판대상 조항이 정하는 기간 내에 국적이탈 신고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복수국적을 유지하게 됨으로써 대상자가 겪어야 하는 실질적 불이익은 구체적 사정에 따라 상당히 클 수 있고, 국가에 따라서는 복수국적자가 공직 또는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업무나 다른 국적국과 이익충돌 여지가 있는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며 "현실적으로 이러한 제한이 존재하는 경우, 특정직업의 선택이나 업무 담당이 제한되는 데 따르는 사익 침해를 가볍게 볼 수 없다"며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다만 "단순위헌결정을 해 효력이 즉시 상실되면, 국적선택이나 국적이탈에 대한 기간제한이 정당한 경우에도 그 제한이 즉시 사라지게 돼, 병역의무의 공평성 확보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며 헌법불합치결정을 하고 개정입법 시한을 2022년 9월30일까지로 정했다.
이에 대해 이선애·이미선 재판관은 "국민개병주의를 규정한 헌법 제39조, 평등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11조에서 나오는 병역부담평등의 원칙은 헌법적 요청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그것은 다른 어느 사회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도 절대적인 사회적 요구"라며 "심판대상 법률조항은 우리 헌법이 담고 있는 병역부담평등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대의견을 냈다.
헌재는 이날 국적이탈신고서에 가족관계기록사항에 관한 증명서를 첨부하도록 한 국적법 시행규칙은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법무부는 국적이탈 요건 충족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 신고자에게 정형화되고 신뢰성이 높은 문서를 제출하도록 할 수밖에 없다"며 "가족관계등록법상 기본증명서 등은 그러한 정보가 기재된 대한민국의 공문서로써,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담고 있으면서 신뢰성이 확보되는 다른 유형의 서류를 상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이석태·문형배 재판관은 "A씨와 같이 출생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후 출생신고를 한 사실이 없는 복수국적자가 대한민국 국적으로부터 이탈하기 위해서는 우선 출생신고 절차를 거친 후 대한민국에 있는 친지나 대한민국 재외공관을 통해 기본증명서 등을 발급받아야 한다. 그가 생애 대부분 기간을 외국에 머무르면서 생활해왔다면 이러한 절차를 이해하고 진행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복수국적자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출생을 원인으로 당연히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혹한 측면이 있다. 자신의 거주지, 재외공관 방문의 용이성, 대한민국 법령이나 국어에 대한 이해 정도 등 여건과 상황에 따라 국적이탈 신고를 결국 포기하는 데 이르도록 할 여지가 있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헌재 관계자는 "이 결정은 대한민국 남성인 복수국적자가 18세가 되는 해의 3월 31일이 지나면 병역의무를 해소하기 전에는 어떠한 예외도 인정하지 않고 국적이탈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들이 국적이탈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복수국적자 중에는 주된 생활근거를 국내에 두고 상당한 기간 대한민국 국적자로서의 혜택을 누리다가 병역의무를 이행하여야 할 시기에 근접하여 국적을 이탈하려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는 '병역의무 이행의 공평성 확보'를 저해하므로 허용되기 어렵다"며 "이와 달리 외국에서만 주로 체류·거주하면서 대한민국과는 별다른 접점이 없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심판대상 법률조항은 전혀 예외를 인정하지 않아 그러한 일률적인 제한에 위헌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 관계자는 또 "국적법의 입법목적인 '병역의무 이행의 공평성 확보'는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이며, 이들 조항이 입법목적의 달성에 기여한다는 점은 분명하다"면서 "따라서 향후 입법자는 이러한 입법목적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면서도, 주무관청이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국적이탈을 예외적으로 허가할 수 있는 적정한 기준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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