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 / 사진제공=경기도
이재명 경기지사가 자신이 내세우고 있는 정책인 '기본소득'과 '기본주택'에 반대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이 나라가 기재부 나라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지사는 지난 8일 SNS를 통해 "기본소득은 이미 세계적인 흐름으로, 세계 경제는 한국의 기본소득 실험과 논의에 주목하고 있다"며 "일자리 감소와 노동력 가치 상실, 그로 인한 소비절벽과 경제막힘을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전략이자 사람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권"이라고 했다. 이어 "지속적인 수익 창출과 시장의 경제순환 효과를 바라기에 4차산업혁명 관련 글로벌 기업 CEO들 역시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의 이러한 자신감에는 경기도가 시행 중인 기본소득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세계 유수 매체들이 호평 속 주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 미국의 포린폴리시, 더 디플로맷 등 전 세계 유력 매체들이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기본소득 도입의 대표주자로 이재명 지사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장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조은희 서초구청장도 청년 기본소득 효과를 실험하겠다고 가세하고 나서면서 '기본소득' 열기에 불을 지피고 있다. 11일 서초구에 따르면 내년부터 청년 기본소득 정책을 실험하기 위해 관련 조례 개정안을 최근 구의회에 제출했다.

'청년 기본소득'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역점정책 중 하나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이던 2016년부터 3년 이상 성남시에 거주한 만 24세 청년에게 연 50만원의 청년 배당을 시작했고, 2019년 4월부터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으로 확대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본소득 도입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고 국민의힘이 기본소득을 '1호 정강정책'으로 채택한 상황에서 서초구의 이번 실험은 기본소득 논란에 불을 지필 것으로 전망된다.

기본소득, 기재부가 걸림돌?
이런 가운데 이재명 지사는 자신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과 '기본주택'에 반대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 "기본소득(모든 국민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생계지원금)은 이미 세계적인 흐름으로, 세계 경제는 한국의 기본소득 실험과 논의에 주목하고 있다"며 "기재부가 먼저 나서 도입 논의조차 차단하는 모습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앞서 홍 부총리는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의 질의에 "도입 논의는 시기상조"라며 부정적인 답변에 대한 이 지사의 반박이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은 일자리 감소와 노동력 가치 상실, 그로 인한 소비절벽과 경제 막힘을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전략이자 사람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권"이라며 "재난기본소득에서 증명됐듯 현재 복지체계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고,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 혹은 재원 마련이 가능한 예산 범위 내에서 지급하자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기재부의 기본소득 반대는) 단순히 정해진 예산 총량에 맞춰 시대 변화나 국가 비전, 국민 삶 개선은 뒷전인 채 전형적인 탁상공론식 재정·경제정책만 고수하겠다는 뜻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장석준 전환사회연구소 기획위원도 "재정준칙이 기재부의 정책 시야를 넘어서는 복지정책 제안은 잘라버리는 그리스 신화의 '프루크루터스의 침대'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이 지사의 주장에 동조했다.

"이재명 정책, 이념보다 시대정신"
장 기획위원은 "얼핏 보면 이재명 지사와 '이념'이란 말은 인연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스스로도 그런 입장을 취한다. 하지만 '이념'이란 말에 덧씌워진 부정적 이미지들을 걷어내고 이를 한국 사회를 특정 방향으로 이끌려는 일관된 비전이라 이해한다면, 이재명이야말로 현재 한국 정치에서 이념이 가장 뚜렷한 인물이라 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기본소득에서 기본주택으로 이어지고 다시 기본대출로 변주된 정책들을 예로 들었다. 이재명 지사는 오래 전부터 기본소득의 열렬한 지지자로 잘 알려져 있다. 심지어는 기본소득을 깊이 있게 다룬 저작의 번역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장 위원은 "이는 단순히 이를 정치적 상품으로 활용해보려는 수준이 아니다. 그런 수준에 머물렀다면, 코로나19 사태가 닥치자마자 기본소득을 재난기본소득으로 변주해 때맞춰 제시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재난기본소득 제안을 어떻게 평가하든, 이는 기본소득에 대한 상당한 이해도와 확신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정치 행위였다"고 내다봤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자 내놓은 기본주택 방안도 마찬가지다. 상당히 완성도가 높으면서 한국의 진보적 주거 대안에 자주 빠져 있던 부분(중산층 혹은 잠재 중산층에게 매력을 지닌 공공주택 형태)을 제대로 포착한 방안이 역시 시의 적절하게 제시됐다는 평가다. 이는 이재명식 정치의 밑바탕에 '기본'이라는 공통 개념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를 재편하려는 비전이 자리함을 보여준다는 것. 

이어 "이재명식 정치는 중산층을 놓고 경쟁하느라 여념이 없는 양대 정당 주류 정치와는 다른 흐름을 가시화하는 데 일정하게 성공했다"며 "정치가의 최대 자질은 가장 필요한 때에, 가장 필요한 방식으로 말하고 행동할 줄 아는 것이다. 논의해야 할 때가 있고, 행동에 나서야 할 때가 있다. 이재명 지사는 대중적 논의가 필요한 때에는 이를 주도하고, 말보다 행동이 앞서야 할 때에는 제일 먼저 몸을 움직인다"고 평가했다. 

"진보정치가 마땅히 채웠어야 할 공백"
신임 정의당 대표에 당선된 김종철 후보. 사진은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정의당 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후보 온라인 유세에서 발언하는 모습. / 사진=정의당
이재명식 정치의 강점은 고스란히 현재 진보정당의 뼈아픈 약점이다. 그렇기에 자칭 '촛불 정부'와 사회 개혁 민심이 어긋나고 둘의 간극이 커짐에도 이를 넘어서려는 의지가 우선은 진보정당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내의 이단적 흐름, 이재명 지사의 정치로 쏠리고 있다. 

한 정치 전문가는 "이재명 같은 리버럴정당 소속 정치인이 기본소득을 자신 있게 제시하고 나서는데, 진보정당이 진보 지식인들의 논쟁만 바라보며 '계속 고민 중'"이라 둘러댈 수는 없다"며 "기본자산이든 전국민고용보험이든 자신의 제안을 과감히 내세우며 그와 어울리는 종합적인 대안 사회상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즉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대출을 꿰뚫는 것과 같은 철학(세계관)이고 준비된 방법론이 나와야 된다는 것이다. 

또 "현장 어디든 찾아다니며 자기 정치의 무대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여의도 정치를 넘어서야 할 뿐만 아니라 경기도지사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대중 정치'를 만들어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새 대표에 선출된 김종철 대표는 정의당 대표단 후보 첫 번째 유세에서 "앞으로 정의당은 보수화한 민주당과의 싸움이 아니라 보편적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의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식 정치와 대등하게 경쟁하며 이를 타고 넘는 진보정당으로 나가가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또 하나의 이재명표 기본 정책 나온다
이러한 이 지사의 진보정책에 대해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물론 자신이 모든 것을 창안하진 않았겠지만 만나본 느낌으론 본질이 뭔지 금방금방 파악하는 것이 이 지사의 능력인 것 같다"며 "다른 사람이 들고 온 제안에서 핵심이 뭔지, 그걸 자기의 언어로, 시장에서 보통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언어로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다. 이미 개념이 자기 몸속에 들어와 있으니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느낌 같은 것이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남 소장은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를 주장했는데, 당시 이 지사가 그걸 공약으로 수용하면서 인연이 맺어졌다고 했다. 당시는 개념적 정책이었다면 현재는 데이터에 기반을 둔 시뮬레이션을 통해 정교한 정책이 되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어 "부동산 문제를 잡으려면 토지보유세를 강화해야 하는데 그 저항은 알다시피 만만치 않다. 역발상으로 그것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하면 90%는 받는 게 많아진다. 보유세를 강화하면서도 강력한 지지그룹을 만들 수 있는 조합이 되는 것"이라며 " 국토부가 2019년 말에 1350만세대의 토지소유 통계를 1백분위로 정교하게 발표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산은 끝났고, 11월쯤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본소득'을 바탕으로 하는 또 하나의 이재명표 대권 정책이 예고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