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두 재판을 진행해야 하는 삼성으로선 사법 리스크에 따른 경영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외 경영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자칫 오너의 부재로 인해 삼성이 추진하는 ‘초격차 전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 진다.
━
두 재판 동시진행━
재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권성수·김선희)는 오는 22일 오후 2시 중법정 311호에서 이 부회장 사건(불법 승계의혹)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며 본격적인 재판을 시작한다.이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등 10명도 함께 재판을 받는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앞서 앞으로 진행될 심리 계획 등을 조율하기 위해 열리는 절차다.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기 때문에 이날 재판에 이 부회장은 출석하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이 사안에 대해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어 장기간에 걸친 지난한 싸움이 예상된다. 검찰은 대법원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할 정도로 이 부회장의 혐의 입증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검찰이 제기하는 혐의가 이미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 사안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1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상급심으로 다툼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사건과 별개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도 다음주부터 재개된다는 점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오는 26일 오후 2시5분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5명에 대한 파기환송심 5차 공판을 진행한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2개의 재판을 동시에 진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
삼성 준법감시위, 양형 참작될까━
앞서 파기환송심은 1월17일 재판을 마지막으로 특검이 ‘재판 기피 신청’을 하면서 장기간 중단된 바 있다. 당시 파기환송심을 맡고 있는 정 부장판사가 미국의 ‘준법감시제도’를 언급하면서 삼성에도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면 이를 양형에 고려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게 문제가 됐다. 삼성은 재판부의 권고를 따라 올해 초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삼성 준범감시위원회’를 설치하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7개 계열사의 준법 위반행위를 감시하도록 했다. 특히 준법감시위가 “과거 삼성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준법 위반 행위가 있었던 점을 사과하라”고 권고하자 이 부회장은 이를 받아들여 지난 5월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과했다.
이를 통해 ▲승계 포기 ▲무노조 경영 폐기 ▲사회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약속했다. 이 부회장은 이달 초에도 준법감시위 위원과 만나 “대국민 사과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부분을 반드시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따라서 파기환송심에서는 재판부가 이 같은 이 부회장의 노력을 얼마나 양형에 반영하느냐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삼성 경영 ‘먹구름’━
잇단 사법 리스크로 인해 삼성은 한동안 리더십 공백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 개의 재판이 본격화되면 이 부회장은 일주일에 수차례 재판에 참석해야 한다. 운신에 제약이 생기는 만큼 최근 유럽 출장으로 재개됐던 이 부회장의 글로벌 현장경영 행보도 다시 멈춰설 전망이다. 삼성은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유례 없는 위기 속에서 ▲시스템반도체 1위 ▲QD디스플레이 전환 ▲5세대 이동통신(5G) 선점 등 미래먹거리 수성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삼성의 각 계열사가 전문경영인체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수십~수백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에는 오너의 과감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게 삼성 내부의 전언이다.
실제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은 지난 7월 64메가 D램 시제품 개발 28주년을 맞아 진행한 사내 인터뷰에서 “위험한 순간에서 과감하게 결정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층의 결단과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부근 고문도 과거 ‘IFA 2017’에서 “미래를 위한 투자라든지 사업구조 재편에 가장 중요한 건 오너십”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불법승계 재판만 하더라도 이제 막 1심을 시작하는 단계여서 2~3심으로 번질 경우 삼성의 사법 리스크는 수년 동안 이어질 것”이라며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기까지 이 부회장의 운신에 제약이 따른다는 점에서 삼성의 경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