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신종플루,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2002년 월드컵의 환희 속 태어난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인 2002년생은 감염병과의 사투 속에 커왔다.
펜보다 휴대전화와 컴퓨터 그리고 '마스크'가 더 익숙한 그들이 성인이 되기까진 두달도 채 남지 않았다.
그들은 어려서부터 그리고 지금도 감염병과의 사투를 이어가고 있다. 감염병으로 인해 기존 세대와는 다른 추억을 가진 이들에게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이제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7일 통계청, 교육계 등에 따르면 이들 2002년생은 49만여명에 달한다.
2002년 월드컵의 환희 속 태어난 '월드컵 베이비 세대', '월드컵둥이'들은 역설적이게도 역대 최악의 입시 세대 중 하나로 꼽힌다.
그들은 평생을 '감염병'과 함께 살았다.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을 당시인 2009년엔 신종플루가, 중학교 1학년인 2015년엔 메르스가, 그리고 고3인 올해는 코로나19가 있었다.
이들은 전염병으로 인해 어렸을 때부터 일찌감치 '휴교령'에 익숙하다.
아울러 학창 시절 누구나 한번 쯤은 가지고 있을 법한 수학여행에 대한 추억도 그리 많지 않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인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대부분 학교에선 수학여행을 취소하고 당일 견학으로 대체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들을 둘러싸고 '저주받은 세대'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떠돈다.
교육 과정도 혼란의 연속이었다. 이들은 중학생 시절 도입된 자유학기제를 경험했고,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을 받으면서 수능은 현행 체제로 치르는 '유일한' 이들이다.
또 문·이과 구분 없이 치르는 대입 개편을 1년 유예해 2022학년도 수능부터 시행하기로 한 것도 부담이다. 이들은 올해 입시에서 합격하지 못하면 재수 때부터는 큰 변화를 겪게 된다.
결정타는 자신의 진로를 결정할 '고3'이란 시기에 만난 코로나19였다.
코로나19로 유례없는 4차례에 걸친 개학 연기로 학기 시작부터 꼬였다.
다른 학년에 비해 수업 비중이 큰 고3이기에 교육부는 등교 강행을 이어갔고 이 과정에서 '고3은 철인이냐'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왔다.
그마저도 학기 중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등교는 바로 중단됐다.
서울 노원구의 고3 김모군(18)은 "코로나19로 시작부터 꼬였다. 다들 같은 상황이라고 위안해보지만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며 "수시도 제대로 준비를 못 해 정시를 노리고 있는데 이마저도 재수생에 훨씬 유리할 것 같아 수능이 다가올수록 초조하다"고 말했다.
결국 올 수능은 코로나19로 인해 유례없는 수능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짙다.
이미 올해 첫 전국 모의고사가 3월에서 4월로 연기됐고, 이마저도 전국단위 채점과 성적처리가 없어 혼란이 컸다.
수능 역시 11월이 아닌 12월로 한 달가량 밀렸고 대학들의 대입 전형 일정이나 전형 방법 공지도 예년보다 늦었다.
여기에 수능 자체에 대한 두려움 역시 크다. 모든 수험생은 수능 당일 온종일 마스크를 써야 하고 모든 수능 시험장 책상에는 가림막이 설치된다. 마스크와 가림막 모두 전에 없던 제도로 또 다른 변수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일주일도 남다르게 진행된다. 이미 수능 시행일 1주일 전부터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 모든 고등학교를 원격수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결국 혼자 남게 된 건 2002년생들이다.
고3 최모양(18)은 "1년 내내 혼공(혼자 공부)에 익숙해져서 문제는 없지만 생활 리듬 측면에서 걱정되는 면이 있다"며 "하지만 세대와 시대가 어쨌든 결국 나 자신과 싸움이다. 코로나19를, 또 2002년생인 것을 탓하고 싶진 않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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