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상반기 택배 가격이 오를 전망이다. 택배기사의 근로 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이들의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대책의 일환이다. 하지만 택배 요금을 둘러싼 체계가 바뀌지 않는 한 택배기사들의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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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상반기 택배비 인상 논의… 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올 들어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추정 사망이 이어지자 정부가 내놓은 조치다.
과로방지 대책은 장시간·고강도 작업 시간을 줄이는 데 초점을 뒀다. 정부는 현재 주 6일제인 택배기사 근무제도를 주 5일제로 바꾸고 밤 10시 이후 심야배송은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 밤 10시 이후 미배송 물량은 지연배송으로 관리하면서 적정 작업시간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근무 시간이 줄어들수록 택배기사는 소득 유지를 위해 배송을 더 많이 해야 한다. 이를 방지하고자 정부는 택배비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조만간 사업주와 종사자, 소비자, 대형 화주, 국회 등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협의회'를 마련해 택배비 인상을 논의하고 이르면 내년 상반기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택배비 인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국민 10명 중 7명은 택배 종사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택배비 인상에 동의한다는 게 근거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5일까지 8일간 총 162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택배 가격 인상분이 택배 종사자의 처우개선에 사용된다면 동의한다는 의견이 73.9%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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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비 1000원 올려도 택배기사 몫은 '13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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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가격 인상이 노동자 처우 문제의 해답이 될 수 있을까. 노동계에선 그렇지 못하다고 판단한다. 택배 가격 인상분이 택배 종사자의 처우 개선에 사용된다는 권익위의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현 구조에서는 택배비를 인상하더라도 택배 기사의 몫이 크게 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택배요금은 판매자와 택배사, 대리점, 택배기사 등 총 4자가 나눠 먹는 구조다. 고객이 내는 2500원의 수수료는 1차적으로 판매자의 주머니로 돌아간다. 주문 물량을 따내려는 택배업체 간 경쟁으로 인해 생긴 ‘백마진’ 관행이다.
백마진 금액은 대리점주 재량으로 결정한다. 월 배송 1만건이 넘는 대형 화주와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도입된 일종의 리베이트다. 월 500건이 미만의 배송을 맡기는 판매자에겐 백마진이 적용되지 않는다. 업계에 따르면 택배요금 2500원 중 판매자에게 다시 비용을 돌려주는 백마진이 770원이나 된다. (정부는 자체 조사에서 백마진이 이보다 적은 600원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백마진을 뺀 나머지 1730원 중 택배기사의 몫은 800~850원 정도다. 택배가격의 30%에 불과하다. 부과세 10%를 내고 나면 720~725원 정도가 택배기사 손에 남는다. 여기서 평균 10~15%, 최대 30%를 대리점에 수수료로 지불한다. 택배기사는 본사가 아닌 대리점과 계약을 맺는 개인사업자여서다.
결국 부가세와 대리점 수수료를 제외하면 택배기사가 손에 쥐는 돈은 535원 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여기에 ▲차량 구매와 유지비 ▲물품사고(파손·분실)로 인한 지출 ▲경비(운송장·테이프·식대 등) 등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택배요금을 인상하면 어떨까. 만일 1000원 올려 택배요금이 3500원이 된다면 이중 30%인 1050원이 기사 몫이 될 것이다. 부가세 10%를 내고 나면 945원. 여기서 대리점에 최대 30% 수수료를 지불하면 실질 기사 몫은 661원 정도다. 택배요금 1000원을 올려도 기사는 고작 130원 정도를 더 받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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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비 인상 대신 수수료 정상화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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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측에서는 택배가격 인상이 아닌 택배 수수료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택배비에서 노동자의 몫으로 떨어지는 비중을 현재의 30% 보다 높게 책정해 달라는 주장이다. 이럴 경우 소비자들이 내는 택배요금을 올리지 않아도 택배 노동자 처우 개선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대표적인 방안이 백마진 근절이다. 판매자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비정상적인 관행을 끊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세규 전국택배연합노동조합 교육국장은 “고객들이 택배 요금으로 2500원을 내도 택배 단가는 1700원 수준에 불과하다”며 “판매자에게 돌아가는 백마진으로 인해 배송 수수료는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택배업계에서도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1년 택배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백마진 관련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공정위는 기업간 거래에서 시장논리에 의해 진행되는 사안을 처벌하기 어렵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뒤늦게 정부는 백마진 관행을 조사해 개선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부정한 대가의 지급 및 수취’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도 연내 제정하고 공포 6개월 뒤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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