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은 경제공약 제1 키워드로 ‘친환경’을 내세웠다. 바이든 취임에 맞춰 정권 5년차를 맞는 문재인정부는 주요 공약인 그린뉴딜에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 /사진=뉴스1
바이든 당선의 경제효과를 단순히 좋다와 나쁘다 둘 중 하나로 단정할 순 없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얘기다. 제46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 조 바이든이 도널드 트럼프와 가장 다른 노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극단적 보호무역주의의 해제다. 바이든 행정부에선 비교적 통상 불안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다만 다자주의가 중시되는 기조로 바뀔 뿐 대(對) 중국 통상 규제는 기본 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노동자 중심의 경제정책을 중요시한다는 점도 주요국 산업에 변화 요소다. 
바이든은 경제공약 제1 키워드로 ‘친환경’을 내세웠다. 바이든 취임에 맞춰 정권 5년차를 맞는 문재인정부는 주요 공약인 그린뉴딜에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 자동차·IT 등 전통 제조산업의 대변화가 예상되고 친환경에너지 개발과 투자가 확대됨에 따라 국제유가 변화가 국내 기업에게 가져올 영향도 중요 변수다.

통상 대변화 예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기간 동안 각국에 가장 부담을 준 건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선 통상 불안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친기업적 정책보단 친노동자적 정책을 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환경과 노동 문제를 중시하는 미국 민주당 특성상 법인세 인상 등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업계는 바이든 취임 후 중국 네트워크 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수출 제재가 풀릴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에게 화웨이는 비교적 큰 고객사 가운데 하나다. 트럼프의 화웨이 제재 이후 수출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금까지 화웨이 제재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다. 다만 홍콩 매체 ‘아시아타임스파이낸셜’은 “미·중 관계의 급격한 해빙을 기대하기 어렵고 미국 내에서 지식재산권 침해나 보안 문제만큼은 중국과 대립할 필요가 있다는 데 초당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보도했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해 한국 정부와 기업의 입장만 더 난처해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바이든은 일찍이 ‘동맹국과의 연대 강화’를 통한 중국 공동대응 전선 구축을 피력했다. 중국과의 어설픈 거리두기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그린뉴딜 산업별·기업별 전략은?
바이든노믹스의 최대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은 배터리와 태양광 등 친환경 신재생에너지기업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통령 취임 후 4년 동안 2조달러(약 2250조원)를 친환경에너지와 인프라에 투자하겠다고 공약했다. 미국 내 전기차 충전소 5만개 확충 로드맵을 공개했고 2035년까지 태양광 패널 5억개 설치계획도 밝혔다.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현대·기아차와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3사의 기대도 커졌다. LG·삼성·SK의 글로벌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35%에 달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최근 이들 3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배터리 동맹’의 가능성을 높였다.

다만 미국의 친환경차 투자는 현대·기아차에 기회인 동시에 난관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올해 1~9월 12만7661대고 미국 시장에선 4242대(3.3%)에 그쳤다. 기존 전기차 강자인 미국 테슬라와 GM 및 독일 3사 등이 미국에서 더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태양광시장 점유율이 높은 한화큐셀과 LG전자 등도 수혜가 기대된다.
김영찬 디자인 기자
국제유가 영향 받는 기업은?
전통 에너지산업인 정유업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석유화학업계의 경우 시급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기후협정을 준수하지 않거나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약한 국가의 제품에 대해 바이든이 ‘탄소조정세’나 ‘수입쿼터제’를 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도 중요 변수다. 바이든의 친환경에너지 투자는 장기적으로 유가를 하락시킬 가능성이 높지만 단기간 유가 상승에 도움이 된다.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셰일오일 개발 규제와 친환경에너지 투자 확대에 따라 단기적으로 원유 공급이 줄어 유가가 상승할 수 있다”며 “이후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재개가 성사되면 다시 중장기적인 유가 하락세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때 국내 정유와 석유화학업계는 물론 자동차·철강·건설업계 등도 유가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철강업계는 저유가로 인해 송유관 등 강관의 수출 급감을 겪고 있다. 건설업계의 경우 해외 주요 수주처인 중동 산유국의 경기가 저유가 타격을 받으면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오바마케어 부활, K-바이오 ‘제2의 도약’ 하나
K-방역을 계기로 바이오업계는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 있다. 바이든은 당선 직후 가장 먼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통제를 최우선 해결과제로 제시하며 백신 전문가 영입과 각종 투자를 약속했다. 트럼프가 폐기한 ‘오바마 케어’를 부활시키겠다는 뜻도 밝혔다.


바이든은 국가 주도의 의료시스템과 건강보험 대상자 확대 및 약가 통제 등을 공약으로 들고 나와 국내·외 바이오업계의 활발한 신약 연구개발(R&D) 투자와 수출 기회가 확대될 전망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11월10일 국회 회의에서 “바이든의 오바마케어 복원이 국내 바이오 의약품과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좋은 수출 기회를 줄 것”이라며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