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씨 모친 김미숙씨가 11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시작하고 있다. 2020.12.1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지난 10일 충남 태안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고(故) 김용균씨 2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용균씨는 지난 2018년 12월10일 이 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을 하다 연료공급용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졌다. 입사 3개월 차였던 김씨는 어두운 밤 홀로 현장을 점검하다 변을 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참석자에 제한을 둘 수밖에 없었지만 약 100여명의 사람들이 추모식을 찾았다.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소속의 현장 노동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 정의당 관계자들도 현장에 와서 추모의 뜻을 전했다. 용균씨가 일하다 사망한 그 장소에서 현재 일을 한다는 20대 비정규직 노동자가 '선배의 죽음에도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말하기도 했다.

이번 추모식에 용균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 대표는 아들의 두번째 기일이었던 이날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농성을 진행하고 있었다. 전화를 통해 추모제 참석자에게 인사를 전한 김 대표는 '아들 용균이를 죽음으로 이끈 사고가 더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할 시 사용자와 기업의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후퇴한 산업법 개정에 산재 사망자는 줄지 않아…"용균이 모욕한 법"

용균씨의 죽음 직후에도 산업재해 사고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 개정 움직임이 있었다. 국회는 지난해 용균씨의 사고를 계기로 28년 만에 산업안전법을 개정해 산업 현장에서 안전관리 규제를 강화했다.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최초 법안의 취지가 희석되면서 '누더기 법안'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먼저 개정 산안법에서는 용균씨가 일하던 발전소를 비롯해 지하철, 철도 조선업 등이 도급 금지 대상에서 빠졌다. 산안법 개정안이 소위 '김용균법'으로 불렸지만 정작 김용균씨는 개정 산안법 대상에서 제외된 꼴이다. 홀로 근무하다 사망한 용균씨와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위험한 작업을 해야 할때는 2인 이상이 함께해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되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지만 개정 산안법에 담기지 못했다.


법안 심의 과정에서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은 도급인(원청)의 처벌수위는 정부안보다 낮아졌고 원청업체의 책임 범위도 축소됐다. 결국 산안법 개정은 위험을 외주화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대표도 개정 산안법을 두고 "용균이를 모욕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2020년 9월말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개정 산안법 시행 이후인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산재 사망자 수는 1571명으로 지난해 대비 0.7%(11명)이 줄어든 것에 그쳤다. 사고 사망자는 660명, 질병 사망자는 911명으로 전년 대비 각각 4명, 7명이 주는 데 그쳤다. 산안법 관련 재범률도 90%를 넘겨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렇게 개정법의 시행에도 산업재해 사망자가 줄지 않자 산재 발생시 사용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 기업과 경영진이 책임지고 산업현장의 안전대책을 마련하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 개정 산안법에서 하청근로자가 사업장에서 사망하게 될시 7년 이하 징역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매기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형을 선고받거나 비중은 2%에 그치고 평균 형량도 1년을 넘기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국회에 발의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발생 시 도급인에 대해 2년 혹은 3년 이상의 하한형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의 안은 3년이상의 징역 도는 5000만원 이상의 벌금,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5년 이상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식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관계자들이 고(故) 김용균 씨의 2주기인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즉각 제정을 요구하는 빔 프로젝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 제공) 2020.12.10/뉴스1

◇양당 무관심이 정기국회 통과 불발…재계 반대에 취지 퇴색될까
지난 6월 정의당이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했으나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9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 이후 제정을 공언했지만 역시 법안 제정에 속도가 붙지 않았다.

이후 11월 정의당이 이례적으로 보수 야당인 국민의힘과 손을 잡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움직임에 나서자 민주당에서도 박주민 의원을 대표로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또 12월에는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자당 최초로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여야 3당이 모두 관련 법안을 내놓으면서 이 법이 12월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이후 민주당 측이 제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법안에 대한 논의는 진척되지 않았다. 지난 2일 한차례 공청회가 열렸을 뿐 이후 소관 상임위원회는 환경노동위원회에서의 심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정의당 의원들과 산업재해 피해 유족들이 정기국회 종료를 앞두고 국회 로텐더홀 바닥에서 농성을 하며 법안 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유족들의 읍소에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모두 법 제정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정기국회 처리는 결국 무산됐다. 다만 지난 10일 김용균씨의 2주기를 추모하며 민주당에서 다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나서겠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임시국회를 통해 연내 제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재계를 중심으로 이 법 제정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아 법안 논의 과정에서 결국 2018년 산안법 개정안 처리 때와 같이 '누더기 법안'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는 해당법이 다른 선진국의 법률과 비교했을 때 과도한 처벌기준을 가지고 있어 기업 활동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번에 정기국회를 통과한 공정경제 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복합기업집단법)의 경우에도 논의 막바지에 민주당이 재계의 입장을 대거 수용하면서 본래의 취지가 대거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법이 제정된다고 할지라도 반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결국은 '물렁한' 법이 될 것 같다"라며 "법이 바뀌어도 또 다른 싸움을 계속해야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어 김 대표는 "(법 제정이) 사람이 이렇게 많이 죽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정도라도 되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김 대표는 국회에서 농성 중인 산업재해 피해 가족들, 정의당 의원들과 함께 11일부터 단식에 돌입했다. 김 대표는 "(단식이)제가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법이 제대로 만들어질 때까지 피눈물 흘리는 심정으로 단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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