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기요금 개편이 전기요금 인상안의 다른 말 아니겠냐. 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해놓고 앞으로 재생에너지는 계속 늘텐데 '전기요금 폭탄' 맞는 일도 머지않았다."

"탈원전하면 전기요금은 당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죠. 그러면 정직하게 말해야하는 거 아닌가요? 탈원전과 전기요금은 관계없다고 하더니 이렇게 기습 개편하면 국민을 속이겠다는 것 아닌가요?" 

종로구의 한 주택가 전력계량기 모습./사진=뉴스1
전기요금 기습개편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한국전력공사(한전)을 넘어 승인을 내 준 정부로까지 번지고 있다. 2017년 6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에너지전환 정책을 선언한 이후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란 입장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탈원전 눈치보던 정부… 한전 등쌀에 '백기'? 

정부의 전기요금 개편안 승인은 사실상 이 같은 말을 뒤집는 꼴. 정부도 이를 의식해 그동안 전기요금 인상을 자극하는 조치에 대해 최대한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한전이 줄기차게 전기요금 개편을 주장할 때도 마찬가지다. 자칫 탈원전 갈등을 심화시키지 않을까, 이에 대한 우려를 애써 불식시켰다.
업계에선 정부 스스로도 전기요금 개편을 늦추는 것이 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발전 단가가 높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스스로 설정한 가격 제한선 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정부도 이번 개편안으로 석탄이나 원전에 대해 비싼 LNG 등 발전량을 늘리는 데 부담을 덜게 된 셈이다. 다만 '탈원전 청구서'라는 비난에선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현재 저유가 기조가 유지되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지나고 경기가 회복되면 유가는 다시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이번 연료 연동제 개편안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여기에 신규 원전 백지화, 노후 석탄발전 폐쇄,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탈원전 정책에서 비롯된 전기요금 인상 요인도 겹겹이 쌓여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한전의 손실구조를 소비자에게 전가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전기요금체계 개편이 사실상 탈원전에 따른 손실을 메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한전이 연료비 연동제 시행으로 얻는 영업이익은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이 같은 비판을 의식, 한전의 개편안을 수용하면서 '고강도 경영효율화'라는 단서를 내걸었다. 한전과 그룹사에 대한 방만 경영을 쇄신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지만 효력이 얼마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객관성과 투명성 결여… 소비자와 산업계에 비용 전가

전문가들은 친환경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선 국민도 일정 비용을 내야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객관성과 투명성이 결여된 정부의 무리한 정책 추진과 서민경제는 물론 전기 사용이 많은 산업계에 전기료 인상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는 점에선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코로나19 등으로 유가 등 원료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내년까지는 거의 충격이 없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고 배출권거래제(ETS) 비용이 더 늘어나면 기후환경 비용과 소비자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자력발전과 같은 값싸고 한국이 경쟁력 있는 발전원을 배제해 부담을 키우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생산자, 판매자, 소비자 등과 사전 논의를 하지 않는 등 전기료 개편 과정에서 객관성과 투명성이 부족했던 것은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