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올해 유통기업의 키워드는 ‘코로나 속 생존’에 가까웠다. 내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 주요 기업은 ‘포스트 코로나 새판짜기’를 목표로 잡고 2021년도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예년보다 한달 빠르게 임원 수를 대폭 줄인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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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키워드… ‘슬림화’와 ‘세대교체’━
올해 유통그룹 임원인사는 ‘슬림화’와 ‘세대교체’가 두드러진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신상필벌 강화 측면도 있지만 조직을 슬림화해 의사결정 대응을 빠르게 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생존을 넘어 변화에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것이다.
신세계그룹 백화점부문은 이달 초 2021년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전체 60여명 임원 중 20%가량이 퇴임하면서 임원 수가 대폭 축소됐다. 본부장급 임원은 70%가 물갈이됐다. 반면 승진자 수는 큰 폭으로 줄었다. 대표 내정자 2명을 포함해 총 14명만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대표 3명 포함 22명) 임원인사 때와 비교하면 37% 줄어들었다.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로 신세계 영업본부장인 유신열 부사장이 내정됐고 CVC(벤처캐피털) 사업을 추진하는 신설 법인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대표이사엔 문성욱 신세계톰보이 대표이사가 내정(겸직)됐다. 문 대표는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의 남편이자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사위다.
신세계백화점에 앞서 인사를 단행한 이마트도 임원 축소에 나섰다. 이마트는 지난 10월 단행된 인사를 통해 계열사 대표 6명을 교체했으며 전체 임원의 10%가 짐을 쌌다. 신상필벌도 확실히 행해졌다.
코로나19 악재 속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기록한 바 있는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부임 1년 만에 SSG닷컴 대표를 겸직하며 이마트의 온·오프라인 시너지 창출 업무를 총괄하게 됐다. 또 이마트와 SSG닷컴의 시너지를 위한 조직 개편도 함께 이뤄졌다.
유통 1번지 롯데그룹에는 올해 인사 태풍이 불어 닥쳤다. 600여명에 달하던 임원을 20% 줄여 100여명이 짐을 쌌다. 임원 직급 단계도 기존 6단계에서 5단계로 축소하고 승진 연한도 축소 또는 폐지해 능력만 있으면 빨리 승진할 길을 열어줬다. 신임 임원이 사장까지 승진하려면 기존엔 13년이 걸렸지만 이번 직제 개편을 통해 대폭 앞당길 수 있게 됐다.
롯데는 특히 이번 인사에서 세대교체에 중점을 뒀다. 경쟁사보다 올해 유독 부진했던 ▲롯데마트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대표에 50대 젊은 임원을 대표이사로 앉혔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롯데마트의 새 수장으로 발탁된 강성현 대표. 1970년생으로 롯데 계열사 대표 중 가장 젊고 이력도 특이하다.
그는 보스턴컨설팅그룹 출신 전략통이다. 2009년 롯데그룹에 입사해 롭스 대표와 롯데네슬레코리아 대표 등을 역임했다. 10년간 적자를 기록하던 롯데네슬레의 수장에 오른 지 1년 만에 흑자 전환시키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구조조정 중인 롯데마트의 체질개선이 그의 당면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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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네이버에 맞서라… 50대 CEO 전진배치━
앞서 인사를 단행한 다른 유통 기업도 젊은 CEO를 전진 배치했다. 신세계 백화점 부문 인사에서 승진한 문성욱 대표는 1972년생으로 올해 48세. 상당히 젊은 전문경영인에 속한다. 이마트와 SSG닷컴을 아우르게 된 강희석 대표는 1969년생으로 50대 초반 돌풍을 주도하고 있다.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와 손정현 신세계I&C 대표도 1968년생 동갑내기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상대적으로 임원 감소 폭이 적었지만 대표이사를 모두 50대로 선임했다. ▲임대규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사장(1961년생) ▲김관수 현대L&C 대표이사 부사장(1963년생) ▲이재실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이사 부사장(1962년생) 모두 50대다.
CJ그룹도 미래 먹거리를 챙길 수 있는 50대 기수를 전면에 세웠다. 그룹 모태인 CJ제일제당 수장으로 최은석 지주 경영전략총괄이 내정됐다. 1967년생인 그는 그룹 내 대표적인 50대 기수다. 전략통이면서 재무통이다. 제일제당에서 K푸드의 세계화를 이끌었던 강신호 대표는 CJ대한통운으로 자리를 옮긴다. CJ ENM은 강호성 그룹 총괄부사장이 새 대표로 내정됐다. 강신호 대표는 1961년생이며 강호성 대표는 1964년생으로 역시 50대에 속한다.
유통업계가 일제히 조직을 슬림화하고 50대 젊은 CEO로 세대교체에 나선 것은 코로나 쇼크와 무관치 않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올 한해 경영실적이 좋지 않은 데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유통환경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실제 주요 유통기업은 코로나 사태 이후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조8920억원과 영업이익 150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 16.4%, 55.4% 감소했다. 신세계백화점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조2733억원으로 7.4% 줄었고 영업이익은 915억원으로 52.3%나 급감했다.
현대백화점도 매출액 1조2476억원과 영업이익 1168억원으로 각각 11.4%, 52.5% 쪼그라들었다.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대형마트 1위 이마트 역시 할인점 영업이익률은 2% 중반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통 지형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쿠팡과 네이버 등을 필두로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유통기업은 효율성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전통적 유통업 변화 역시 필수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유통기업 인사는) 코로나19 등으로 국내·외에서 매우 불확실해진 경영환경에 대비하고자 하는 차원이 크다”며 “유통 대기업이 부동산을 처분하고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면서 비용 효율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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