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왼쪽)와 대우조선해양 옥포 조선소. /사진=한국조선해양, 뉴시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매머드 합병'을 둘러싼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결과에 따라 경쟁국 심사의 최종 난관으로 지목되는 유럽연합(EU)의 심사 통과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7월 중국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한 지 1년 5개월여 만에 무조건 승인을 끌어냈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승인 통지서에서 "중국 반독점법 26조에 따른 검토 결과 두 기업 간 기업결합으로 인한 시장 경쟁제한이 없음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5부 능선 넘은 기업결합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승인한 국가는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 등 3개국으로 늘었다. 한국을 비롯한 EU, 일본은 아직 심사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3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뒤 6개월 만에 곧바로 카자흐스탄의 경쟁국 심사 승인을 받아냈다. 이후 1년여간 심사 관련 승인 소식이 없다 지난 8월 싱가포르의 무조건 승인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중국의 무조건 승인은 최근 글로벌 조선사의 대형화 추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해 말 중국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국 내 1·2위 조선사인 중국선박집단유한공사(CSSC)와 중국선박중공업집단공사(CSIC)를 합병해 중국선박그룹(CSG)로 통합했다. 중국이 자국 조선사들을 합병한 만큼 내로남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가다. 

한국의 최대 경쟁국인 중국 정부가 '시장 경쟁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한 격이여서 EU와 일본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자국 기업의 합병 때문에 딴지를 걸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의 1위 조선사인 이마바리조선과 2위 JMU은 내년 합작사 출범을 앞두고 있다. 

최종 난관 'EU'

관건은 EU의 결정이다. EU는 경쟁법이 가장 엄격하고 조선사의 주 고객인 주요 선사가 몰려있기 때문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을 이유로 기업결합 심사를 세 차례 일시 유예했다. 최종 결정일도 1월 10일에서 2월 21일, 6월 2일로 미뤄졌다가 아직 미정된 상황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EU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시장에서의 독점 여부를 중심으로 심사하고 있다. EU는 기업결합으로 인한 독점 우려 해소를 위해 일부 양보 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조선해양도 지난 10월 일부 양보 조건을 제시하는 등 기업결합 심사를 빠른 시일 안에 마무리 지으려 한 바 있다.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는 합병 승인을 빨라야 내년 상반기에 낼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7월 결합을 위한 신고서를 공정위에 냈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기간은 신고일로부터 30일이고 필요한 경우 90일 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다만 추가 검토 등을 이유로 120일을 초과할 수 있어 기간이 큰 의미는 없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으로 인한 독점 등 우려가 경쟁당국으로부터 나오면서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합병이 마무리되면 세계 시장 점유율 21%에 이르는 글로벌 1위 조선사가 등장하게 된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말 수주잔량 기준 현대중공업의 수주점유율은 세계 1위(13.9%)로 대우조선해양과 합병한다면 점유율은 21.2%까지 올라간다. 특히 두 회사 모두 LNG선과 LNG 추진선 등에서 기술 우위를 갖고 있어 이를 결합하면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