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2020년은 해운업계에 있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금융위기 악몽을 다시 겪을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예기치 못한 운임 급등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사상 초유의 컨테이너 박스 부족 현상으로 해운사 대표들은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연말에는 HMM의 창사이래 첫 파업 가능성이 커지는 등 노사 관계가 얼어붙고 있다. 

해상운임·실적 모두 '사상 최고치'

해운업계는 올해 해상운임이 뜻밖에 상승세를 타면서 10년 이상 지속된 불황의 늪을 탈출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지난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 침체를 겪어왔다. 2017년 한진해운 파산으로 정점을 찍었던 위기는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더욱 깊어질 것으로 우려됐다. 

금융위기를 겪었던 글로벌 해운사들은 충격을 예상하고 일제히 선복량을 줄였다. 하지만 여름 이후 충격이 가라앉으면서 오히려 물동량 증가에 따른 운임 상승의 효과를 누렸다. 

특히 올 3분기부터 미국 소비 심리가 살아나며 아시아~북미 서안 노선 운임은 7월 들어 1FEU(12m 컨테이너 1개)당 3000대를 돌파했고 지난 25일 기준 4080까지 급등했다. 올 초 대비 149% 증가한 수준이다. 최근에는 선박뿐 아니라 물건을 실을 컨테이너 자체가 '귀한 몸'이 된 것도 운임 상승에 불을 붙였다. 

이러한 운임 효과로 국적 원양선사들은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앞두고 있다. 2011년부터 9년 연속 적자를 낸 HMM은 올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3분기에도 2771억원의 흑자를 냈다. 올 한 해 영업이익은 8000억원대로 전망된다. 

SM상선 역시 올 2분기 흑자전환한 이후 3분기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영업이익(404억원)을 기록했다. 올 전체 영업이익은 최대 실적인 1200억원이 유력하다.  

"수출불씨 살려라" 임시선박 긴급 투입
SM뭄바이호가 수출화물을 싣고 부산신항을 출항하고 있다. /사진=SM상선
올해 해운업계 이슈에서 '수출 대란'은 빼놓을 수 없다. 모처럼 만의 운임 상승에 해운사들은 웃음꽃이 피었지만 수출기업은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미국의 경기 부양과 연말 성수기 등으로 중국발 미국행 물동량이 늘어난 데다 해당 구간 운임이 급증하자 글로벌 선사들은 돈이 더 되는 중국에 선박을 투입했다. 

배를 구하지 못한 국내 기업들은 납기일을 제때 맞추지 못하는 등 수출에 차질을 빚었다. 또 외국 선주로부터 웃돈을 요구받거나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 통보를 받는 사례도 속속 나왔다. 

이에 HMM과 SM상선, 고려해운 등은 하반기 임시선박을 부산항에 긴급투입했다. 이를 위해 HMM은 노선을 공동운항하는 '디 얼라이언스' 해운동맹 선사들의 사전 동의를 얻는 데도 시간을 쏟아야 했다. 

국내 선사들의 지원에도 수출 대란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만큼 해양수산부는 오는 2025까지 HMM에 5조원을 투입해 선박 33척을 새로 건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선사들도 내년까지 임시선박 투입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사상 첫 파업 초읽기… 흥아해운은 존폐기로
HMM 노조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HMM해원연합노동조합
연말 들어서는 노사 갈등에 휩싸이고 있다. HMM의 선원 노동조합인 HMM해원연합노동조합은 지난 26일 조합원 369명을 대상으로 내년도 임금 및 단체협상 관련 노동쟁의행위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97.3%가 찬성하며 HMM 창사 이래 첫 파업 가능성을 높였다. 

HMM 노조는 올해 회사가 10년 만에 최대 실적을 내는 상황에서 연봉 인상에 미온적인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HMM 선원 임금은 6년째 동결된 상태다. 

노사는 지난 24일 임단협 교섭안에 대한 중앙노동위원회 주재 1차 조정 회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노조는 8%의 인상률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임금 인상은 동의하나 8%대는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오는 31일 2차 조정 회의에서 조정이 불발되면 승선 거부 등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연내 흥아해운의 매각은 불발됐다. 흥아해운 인수자였던 STX컨소시엄은 "인수절차 진행 중 흥아해운은 신주인수계약서상 진술과 보장, 확약 기타 의무를 중대한 측면에서 위반했다"며 인수 본계약 해재를 통보했다. 

흥아해운은 한때 일본, 중국 등에서 70여개의 대리점을 운영하며 2015년 매출 8451억원, 영업이익 212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 선박 17척을 인수하는 등 과도한 몸집 불리기에 나서며 이듬해부터 매년 1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지난해 종합 물류사 카리스국보가 흥아해운을 인수하려다 잔금 105억원을 납입하지 않아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흥아해운이 원매자를 찾지 못하면 청산절차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우선 워크아웃 기한을 이달 21일에서 내년 1월 21일로 약 한 달 연장하면서 매각 기회를 얻었다. 흥아해운은 입찰에서 차순위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KSS해운과 접촉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KSS해운은 STX컨소시엄보다 200억원 적은 1000억원을 인수금액으로 제시해 차순위 협상대상자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