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2.30/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김규빈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특별검사팀과 이 부회장 측은 양형과 양형 요소 가운데 '준법감시위원회'를 놓고 맞붙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심리로 30일 열린 이 부회장 등에 대한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이 부회장은 선처를 호소했고, 재판부는 내년 1월18일을 선고기일로 지정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에게 삼성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을 도와달라는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지난 2017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1심에서 징역 5년을, 2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지난해 8월 대법원은 뇌물액 50억여원을 추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의 유무죄 판단을 뒤집을 수 없기에 결국 쟁점은 이 부회장에 대한 '양형'이었다. 재판부 스스로도 "우리 재판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르는 파기환송심 재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까지 진행된 재판에서는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한 심리에 가장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 앞서 재판부는 삼성에 위원회 설치를 권고하면서 위원회 활동이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이 있으면 이 부회장에 대한 감경 요소로 삼을 수 있다고 했었다.


이 때문에 재판부 기피 신청까지 했던 특검 측은 이날에도 위원회 활동은 감경요소 중 하나일 뿐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게 하는 장치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권고형량범위는 징역 5년~16년5월인데,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이 인정되더라도 양형 구간 산정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실효성 여부를 빌미로 양형구간을 벗어나는 건 위헌·위법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특검은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한 전문심리위원들의 평가도 거론했다. 앞서 강일원 위원(전 헌법재판관), 홍순탁 위원(회계사), 김경수 위원(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등 3명의 위원들은 위원회 활동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했다.

특검은 "3명 모두 다수의 항목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고, 총수와 관련한 9개 점검항목에서는 비참할 정도로 부정적 결과가 도출됐다"며 "시간적 한계로 인해 검증결과가 이 부회장 등에게 유리한 양형사유로 반영되지 못하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2.30/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준법감시위원회가 유리한 양형요소로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위법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준법감시제도를 도입한 것은 중대한 사정변경"이라며 "삼성은 새로운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4가지 위험을 유형화하고 대응반응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부회장과 삼성은 준법감시제도가 100% 완벽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전문심리위원 위원들의 의견을 바로 반영해 보안 방안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다른 변호인은 "삼성의 여러 활동에 대한 준법감시를 한다는건 과거에는 상상하지도 못할 일이었다"며 "이런 기관이 있다는 건 다른 곳은 엄두조차 낼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형식적인 준법감시제도 개편이 되지 않도록 외부기관에 많은 권한을 줬고, 준법감시제도에는 이 부회장 등의 개선의지와 준법의지도 강하게 반영됐다"며 "삼성이 준법감시제도를 통해 기업문화를 개선해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부회장 또한 직접 "준법감시위원회 역할을 충분히 뒷받침하겠다"며 "그간 위원회 사람들을 자주 만나면 감시 의무가 퇴색될까 주저했지만 이제부턴 정기적으로 만나 소중한 충고와 질책을 듣겠다"고 호소했다.

재판부의 '준법감시 판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형사1부는 4000억원대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항소심에서 준법감시인제도 도입을 유리한 양형 요소로 판단했다.

지난 1월 재판부는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최고경영진이 그들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계열사들을 상대로 횡령, 배임을 저지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18년 5월 준법감시실을 신설하며 준법경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