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국민의힘의 '김종인표 개혁'은 올해에도 이어질 수 있을까.
제21대 총선에서 패배의 쓴맛을 본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2020년 하반기를 보낸 국민의힘이 올해에도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지난해 4·15 총선까지 전국단위 선거에서 4연패를 한 국민의힘은 총선 직후 미증유의 위기라는 인식 아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위기의 당을 혁신할 사령탑으로 세웠다.
임기 초반부터 '기본소득' '약자와의 동행' '보수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등 파격 키워드를 던진 김 위원장은 비대위를 이끌며 소속 의원과 당원 빼고는 전부 바꾸다시피 했다.
당명을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꿨고, 당 로고와 당 상징색을 바꾼 뒤 새 당사로 입주했다. 새 정강·정착에는 '약자와의 동행'이 명시됐다.
당내 청년 정치를 일으켜 청년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이 장차 보수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선순환을 만든다며 당내 청년정당 '청년의힘'의 기틀을 잡았다.
호남을 등한시한 정당이라는 과거를 바로잡고, 보수정당의 잘못된 역사에 사죄한다는 의미로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은 뒤 떨리는 목소리로 사죄의 말을 읊었다.
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호남동행'을 선언하며 호남에 '제2의 지역구'를 하나씩 지정했고, 당에선 국민통합위원회가 출범하는 등 호남 끌어안기에 속도가 붙었다.
아울러 당은 고강도 인적쇄신을 내걸고 당무감사위원회를 가동해 원내외 당협위원장 상당수에 대해 교체를 권고했다.
숨가쁜 6개월간의 개혁 작업은 지난달 15일 김 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법처리에 대해 대국민사과에 나서며 정점을 찍었다.
김 위원장은 2020년 마지막날 페이스북에 올린 신년사를 통해 이 같은 노력을 이어갈 것임을 암시했다.
그는 "지난해 국민의힘은 묵은 때를 벗고 낡은 과거와 결별하며 국민에게 희망을 전하는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고 적었다.
김 위원장은 "아직도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다"며 "2021년에도 국민과 함께, 국민의 힘을 믿고 한발한발 전진해 나가는 '수권정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 같은 반년 동안의 '개혁 노선'은 최근 들어 성과를 거두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여당 지지율 하락이라는 반사이익적 측면이 크지만 민심이 국민의힘을 돌아보기 시작한 것이란 해석도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정권이 너무 무능하고 헌법파괴적인 폭정을 계속하고 있는 것을 국민이 다 아시게 되니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그러면서도 "민주당이 못해서 (국민의힘이) 지지받는 것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의 혁신 노력과 예전의 당내 파벌적 행태가 없어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당 안팎에서는 당 변화의 동력이 올해 4·7 재보궐선거까지 이어지지 않으면 선거 승리를 자신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감도 크다.
지지율 상승세에 고무되어 있는 데다 서울·부산시장 선거라는 큰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있는 만큼 당 차원에서의 개혁 노력은 올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당의 중진 의원들은 개혁에서 '인적 쇄신'을 키워드로 꼽았다.
당내 최다선(5선) 의원이자 4·7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회를 이끌게 된 정진석 의원은 3일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정당지지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 꼭 우리가 잘해서라고 할 수는 없을지라도 보람 있는 결과로 볼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그 배경으로 "20대 국회에 비해서는 확실히 계파색이 옅어졌다고 느낀다"며 "초선의원의 비율이 높아지고 그들이 당의 중추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도 20대와 사뭇 비교되는 모습들"이라고 분석했다.
4선의 김기현 의원도 '인적 쇄신'을 언급했다. 김 의원은 "정책과 예산, 정부 요직 인사 등 수단을 가진 여당에 비해 야당은 유일하게 가진 개혁의 수단이 '인적쇄신'"이라고 제시했다.
김 의원은 "당직이나 선출직 등에 대해 과감한 변화가 수반될 때 비로소 혁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며 "4월 선거 과정에서 인물혁신을 통해 국민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린다면 진정성이 느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초선의 황보승희 의원은 당내 '청년정치'의 시스템이 마련됐다는 점을 평가했다. 황보 의원은 "기득권의 인물을 데려다가 정치를 하던 관행을 탈피하고, 당 내부에서 청년인재를 발굴·양성해서 정치에 최적화된 인물로 키우는 게 이 당의 생명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같은 혁신의 모습이 김 위원장의 임기가 끝난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시각이 있었다.
김 위원장은 당내 계파가 없는 데다, 총선 패배 이후 '당의 재건'이란 명분을 갖고 당 대표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어 당 개혁작업에 비교적 자유롭게 임할 수 있다.
하지만 4·7 재보궐선거 이후 끝나는 김 위원장의 임기 이후에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내 계파가 형성되거나, 한동안 잠잠했던 '수구 보수' 세력이 당내에서 지분을 얻는다면 개혁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다.
당내 한 초선 의원은 일례로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복당을 들었다.
이 의원은 "초선 의원 상당수가 반대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당에 분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인물은 들어오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제 겨우 '패거리정치'가 없어졌는데, 홍 의원이 들어오면 과거의 정치문화가 살아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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