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3)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 부회장과 삼성이 재판부에서 권고한 준법감시위원회 제도를 도입했지만, 재판부의 실효적 운영 충족기준에 못 미쳐 결국 유리한 양형요소로 반영되지 못 했다.
재판부가 준법감시위가 실효적 운영 기준에 미달한다고 한 판단에는 준법감시위 활동을 평가한 전문심리위원들의 평가보고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새로운 유형의 위험예방·감시활동까지는 못 이르러"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는 18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오던 이 부회장은 이날 선고로 법정구속됐다.
대법원에서 이미 뇌물 인정액이 50억원을 넘게 인정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실효적 준법감시위 도입을 권고하면서 작량감경을 통한 집행유예 가능성도 엿보였다.
작량감경은 판사 재량으로 처단형의 상한과 하한을 모두 2분의 1로 감경하는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 부회장은 작량감경이라는 1차 고개는 넘었지만, 준법감시위의 실효성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해 집행유예라는 2차 고개는 넘지 못 했다.
재판부가 준법감시위의 실효성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 했다고 평가한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준법감시위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위험에 대한 예방과 감시를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준법감시제도를 통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위법행위를 실효적으로 예방하고 감시하기 위해서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위법행위를 유형별로 최대한 사전에 예상해 발생 가능한 법적 위험을 정의해 놓아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러나 준법감시제도는 '국정농단' 사건에서 문제된 위법행위에 초점을 맞춰 준법감시 활동을 하고 있으나, 앞으로 발생가능한 새로운 유형의 위험을 정의하고 이에 대비한 선제적 위험 예방·감시 활동을 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효성 기준 미달' 판단에 전문심리위원들 평가 결정적
이 같은 재판부 판단에 준법감시위 활동을 평가하는 전문심리위원들의 보고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앞서 재판부는 준법감시위 활동을 평가하기 위한 전문심리위원으로 재판부 추천의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 특검 측 추천의 홍순탁 회계사, 삼성 측 추천의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를 지정했다
이들은 준법감시위를 평가하고 최종보고서를 작성해 재판부에 제출한 뒤 법원 홈페이지에 전문을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강일원 전 재판관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위험을 정의하고 이에 대비한 선제적 위험 예방 및 감시활동을 하는 데까지는 이르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홍순탁 회계사도 "각 계열사 준법지원인 등은 최고경영진의 위법행위에 대한 예방·감시가 준법지원인 등의 임무라는 것은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전체적인 리스크 유형화 및 평가지표·점검항목 설정작업은 수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경수 변호사도 "다른 준법의무 위반의 위험에 대한 유형화도 우선순위를 둬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라며 새로운 유형의 위험에 대한 예방 감시활동에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재판부도 위원들의 이 같은 의견을 근거로 실효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 하고 판단했다.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조사 미실시, 실효성 평가에 악영향
준법감시위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조사를 하지 않은 점도 실효성 판단에 악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준법감시위가 출범 전 사안이라거나 법원의 1심 판결이 아직 선고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사건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지 않은 부분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준법감시의 본질이 제재가 아닌 예방이며, 준법감시에 있어 해당 기업의 과거 전력을 분석하는 것은 향후 발생이 예상되는 법적 위험의 분석과 그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함에 있어 필수적인 작업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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