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배우 이채영에겐 '악역 전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만큼 다수의 작품에서 '빌런' 역할을 톡톡히 한 덕. 지난 10일 종영한 KBS 2TV '비밀의 남자'(극본 이정대, 연출 신창석)에서도 그의 활약이 돋보였다. 극에서 이채영은 욕심 많은 한유라로 열연했다. 가난한 집안 탓에 자신의 능력까지 폄하되는 것을 괴로워하던 한유라는 돈과 성공에 최고의 가치를 두며 그 어떤 악행도 서슴지 않았다. 이로 인해 점점 나락으로 빠지다가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이채영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점점 더 독해지는 한유라에 제대로 빙의했다. 신분상승을 꿈꾸며 부잣집 남자의 아이를 갖고, 이 일이 좌절되자 사고로 지능이 낮았던 이태풍(강은탁 분)을 이용하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 아들의 목숨까지 거래에 동원하는 등 상상 초월인 한유라의 악행은 이채영의 리얼한 연기를 만나 잘 살아났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극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이채영에게도 한유라는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인물의 도를 넘은 악행을 어떻게 표현할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디테일을 살리면서 조금씩 캐릭터 만들어갔다. 연기에 공감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은 배우 본인에게도 큰 힘이 됐다. 모든 것을 쏟아냈기에 캐릭터를 보내며 시원섭섭하다는 그다. 여전히 연기에 대한 갈망이 있다는 이채영은 더욱 노력해 대체 불가한 배우가 되겠다고 다짐,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채영과 만났다.
<[N인터뷰]①에 이어>
-작품에서 악역을 했을 때 반응이 크다. 이미지가 고착화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지.
▶두려움은 없다. 사실 그동안 내 필모그래피 중 반은 악역이 아니다. 악역을 했을 때 반응이 훨씬 좋아서 그런 이미지가 있는 듯하다. 나는 그런 반응조차 재밌다. 나만의 시장성이 있는 것 아닌가. 내가 요즘 한참 재밌게 하는 게 대본을 '발라 먹는' 작업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연기했을까'를 분석해보는 거다. 최근엔 드라마 '선덕여왕' 속 미실의 연기를 바르고 있다. 이걸 마치면 아마 엄청난 공부가 될 거다. 이후에 다시 악역을 맡아도 괜찮다. 다르게 연기할 수 있으니까. 사랑받는 악역, 동정심이 생기는 악역을 소화해보고 싶다.
-그간 소화한 빌런 캐릭터들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역할은.
▶나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항상 마지막 작품의 역할을 이야기한다. 지금은 한유라다. 물론 전에 연기한 캐릭터들도 모두 사랑하지만, 20대 때는 여유가 없이 연기를 해 힘이 들어가 있었다. 당시엔 '악역이니까 이렇게 해야 해'라는 생각을 갖고 연기했다. 30대가 된 뒤엔 여유가 생기고 사람에 대한 이해가 생기니 악역을 더 폭넓게 연기할 수 있지 않았나 한다.
-드라마를 마친 후엔 어떻게 지내고 있나.
▶이전까지는 작품이 끝나면 여행을 가거나 밀린 잠을 잤는데, 이번엔 이상하게 뭔가가 고파서 자꾸 뭘 찾아본다. 연기에 재미가 들렸을 때 끝나니까 아쉬운 부분이 있는 듯하다.
-최근 인상 깊게 본 작품이나 배우가 있는지 궁금하다.
▶최근에 영화 '소리도 없이'를 봤는데, 유아인의 연기를 보고 소름이 돋았다. 이렇게까지 생활 연기를 잘하는 줄 몰랐다. 정말 빨려 들어가더라. 대사가 없는데도 연기를 밀도감 있게, 디테일하게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서 나도 더 배우고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차기작을 하게 된다면 연기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
▶내가 그동안 강한 이미지만 보여드리고, 연애 감정을 절절하게 연기해본 적이 없다. 멜로를 너무 해보고 싶다. 만약 맡게 된다면 정말 인생을 걸고 해보려고 한다.(미소)
-결혼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할 시기인데.
▶결혼을 안 한다고 한 적은 없고 열려 있다. 그런데 데려갈 사람이 있어야 가지.(웃음) 난 언제나 열려 있다.
-듣고 싶은 수식어가 있다면.
▶대체 불가한 배우. 제일 듣기 좋은 칭찬은 '연기 잘한다'는 것이다. SNS에 보면 '연기 소름 돋는다' 같은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볼 때마다 너무 감사하다. 앞으로 끊임없이 도전해 대체 불가한 배우가 되고 싶다. 그렇게 하려면 얼마나 열심히 해야 할지 가늠도 안 되지만 그러고 싶다.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연기를 하는, 마음은 청춘인 배우가 됐으면 한다.
-올해 계획도 궁금하다.
▶지난해보다 연기를 더 잘하고 사랑받는 것. 더 좋은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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