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이주노동자들이 사는 방 크기요? 가로세로 각 2.5m 안팎인데 2명 정도가 함께 지내요. 그것도 샌드위치 패널이나 컨테이너로 된 불법 가건물이 절반 이상이죠. 방역대책이요? 코로나는 환기가 중요하다는데 요리할 때 나오는 연기로 숨이 막힐 정도예요. 환기는 물론 잘 안되고요. 사람 살 곳이 아니죠."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목사)는 18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공장 숙소는 이런 시설이 공장 마당이나 옥상에 설치돼 있고 농장 숙소는 대부분 비닐하우스로 돼 있다"며 "환풍기를 달아도 비닐하우스가 덮여있으면 환기가 잘 안된다"고 했다.
최근 경기 남양주시의 플라스틱 제조공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거 감염된 것과 관련해 김 대표는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일하며 방역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에 비슷한 집단감염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양주 플라스틱 공장의 누적 확진자는 18일 낮 12시 현재 123명인데 이 중 이주노동자가 110명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주로 공장 3층의 1~5인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데 이런 공동생활이 집단감염의 원인으로 꼽힌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도 "조사 결과 작업환경 및 공용공간이 밀폐된데다 작업장의 소음 때문에 종업원들이 큰 소리로 대화해 비말이 생겼고 마스크 착용도 미흡했다"며 "공동생활을 하는 외국인 직원이 많은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뉴스1이 파악한 이주노동자의 숙소는 좁고 밀폐돼 있었다. 환기나 냉난방, 채광이 잘 될 리 없다. 한 비닐하우스 속소에는 쓰레기통을 포함한 모든 살림살이가 함께 있었고 샌드위치 패널 숙소는 사방이 막혀 빛조차 들어오지 않았다. 숙소는 몸만 겨우 누일 정도로 좁았다. 심지어 고무 대야 위에 널빤지를 깔고 천막을 두른 간이화장실도 있을 정도로 열악했다.
고용노동부가 농림축산식품부 및 해양수산부와 공동 조사한 이주노동자 주거환경 실태 결과에서도 이주노동자의 69.6%가 조립식 패널,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등 가설 건축물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대표는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들은 산재예방 투자를 하지 않으려 한다"며 "그런 사람들이 코로나 방역으로 이주노동자들에게 밖에 나가지 말라고 하는 것 외에 무엇을 하겠나"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해 진보당은 "(플라스틱공장 감염자 발생은) 밀폐 환경에서 밀접·밀집 근무를 하는 열악한 노동환경이 빚은 인재"라며 "노동자들은 여전히 '밀집-밀접-밀폐' 공간에서 일하고 있어 감염의 위기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의 확산을 막기 위해 결국 자치단체들이 나서기로 했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18일 "외국인 노동자 기숙시설을 특별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충남도, 전북도 등 타 지자체도 숙소 점검을 강화하거나 이주노동자 전수 검사를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 부본부장은 "다수가 근무하거나 기숙생활하는 사업장일수록 방역수칙의 준수에 철저해야 한다"면서도 "무엇보다도 사업주와 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는 지금과 같은 조건이라면 비슷한 일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를 쓰는 기업농, 사업주들은 인권 개념이 없는 경우가 많고 고용노동부의 감시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자체가 땅을 제공하고 기업이나 농장이 공동기숙사를 지어 이주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존엄을 지킬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코로나뿐 아니라 다른 사고도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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