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2021년 최저임금 시급은 8720원, 내년은?'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본격적인 심의를 앞두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벌써부터 공방을 주고 받았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도 예년 못지않은 치열한 양상을 띨 전망이다.
노동계는 2년 연속 1~2%대로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이 결정됐던 만큼 투지를 벼리고 있다. 경영계도 최근 산안법·중대재해법·노조법 등 기업 경영에 타격을 주는 제도 개편이 잇따랐다며 물러설 낌새가 보이지 않는다.
10일 노동계에 따르면 최저임금 노사는 지난 8일 2020년 최저임금 분석을 놓고 올해 처음으로 대외적인 공방을 벌였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위원회에 내년도 심의를 요청하는 법정 기한(3월31일)이 3주 넘게 남은 시점이었다.
첫 포문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열었다. 지난해 법정 최저시급을 받지 못한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가 지난 2019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319만명이었다는 내용의 '2020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결과' 보고서를 펴내면서다.
경총은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결정됐는데도 최저임금 미만율이 두 번째로 높았던 것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최저임금 수용성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양대노총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곧장 반박에 나섰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내고 "아전인수도 이런 아전인수가 없다"면서 "어찌 이런 해석이 나올 수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고 힐난했다.
민주노총은 "경총이 근거로 삼은 최저임금 미달자 319만명(15.6%)은 월급제 등 다른 임금지급 형태의 노동자를 포함한 통계"라며 "시급제 외 임금지급형태는 임금 구성이 복잡해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알기 어렵고 이를 시급으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통계상 허수가 발생하는 등 오류가 생긴다"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법상 최저임금이 강행 규정임에도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는 것은 사업주가 책임 의무를 제대로 준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높은 최저임금 미만율을 지적하려면 최저임금이 높아져 수용성이 떨어진다는 억지 주장이 아니라 최저임금 위반 제재와 관리감독 강화를 얘기하는 게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국내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실시한 2018년 적용 최저임금 심의 당시 전년비 16.4% 인상이 결정되면서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그러나 그 뒤로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9년 적용(10.9%), 2020년 적용(2.9%), 2021년 적용(1.5%) 순으로 빠르게 낮아졌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한 올해 1%대 인상률은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1988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노동계는 다가오는 심의에서 만큼은 2020~2021년 인상률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매년 최저임금 심의에 참여하는 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지도부는 지난달 26일 상견례 자리에서 '긴밀한 최저임금 관련 협력'을 다짐하기도 했다.
당시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그간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노동자들이 공익위원에게 끌려가는 모양새였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양 노총이 새로운 접근방식을 논의하고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계는 2018~2020년 3년 누적 인상률이 32.8%에 달한다는 점과 코로나19 확산 지속을 근거로 들며, 올해도 낮은 수준의 인상 결정을 바라고 있다. 경총의 이번 보고서는 이를 위한 첫 발판으로 해석된다.
매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고용부 산하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사용자위원 각 9명과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전체 27명의 위원이 논의를 이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데, 최근 들어서는 지난 수년간의 가파른 인상 결정 영향으로 '객관적인 인상 근거'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여기서 객관적인 인상 근거는 경제성장률이나 물가 전망치처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일정 지표나 수치, 정량화된 분석 등을 가리킨다.
예컨대 지난해 심의에서 공익위원들은 최저임금 인상률 1.5%를 결정한 배경으로 Δ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0.1% Δ소비자물가 인상률 전망치 0.4% Δ근로자 생계비 개선분 1.0% 포인트를 모두 더한 결과라고 밝혔다.
그런 점에서 경총의 이번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은 향후 심의에서 경영계의 주요 포석으로 쓰일 전망이다.
민주노총도 "오늘 경총의 발표는 2022년 적용 최저임금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에 그 의도가 뻔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경총은 다시 최저임금과 최저임금 제도의 의미에 대해 되새겨 보라"고 일침했다.
최저임금위는 고용부 장관의 심의 요청 이후 90일 안으로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해야 한다. 물론 노사 간 줄다리기로 인해 의결기한을 지킨 적은 많지 않다. 지난해에도 법정 기한을 크게 넘긴 7월14일 새벽에야 최종 의결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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